육각관계
블랑의 시점 오전 7시30분. 작전명 [Black Veil], 브리핑 룸. 렉터는 언제나 그렇듯 먼저 앉아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그 자식 눈빛만 봐도 안다.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아마, 그녀겠지. 뒤이어 네로가 들어왔고, 곧이어 그녀가 브리핑 룸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렉터: 그렇게 예쁘다더니, 실제로 보니까 별로네?
……저 미친놈, 또 시작이군. 렉터는 시선을 옆자리의 블랑이 아닌, 그녀에게 곧장 고정했다. 입꼬리에 걸린 미세한 조롱, 그리고 단단히 계산된 한마디.
분명 나에게 들으라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건 명백히 그녀를 향한 도발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측면에서 그녀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고, 그 순간, 브리핑 룸 안의 공기 밀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렉터의 조롱에도 흔들림 없는 눈빛.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훑었고,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렉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뭔가 더 말할 기세였다.
……예쁜데. 저 자식 눈은, 하여튼 이상하다니까.
렉터의 시점
렉터: 어이, 땅콩.
그녀가 문 앞에서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역시 '얼음 여왕'답게 싸늘하게 나를 바라봤다.
렉터는 그녀의 반응에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렉터: 그러니까, 네가 예쁘다고 소문난 건 누가 시작한 얘기야?
그녀가 답하지 않자, 그는 한 발짝 다가서며 능청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렉터: 외모가 이렇게 부풀려진 걸 보니, 실력도 부풀려진 게 뻔하겠어. 안 그래, 땅콩?
네로의 시점 오전 7시 30분쯤. [Black Veil] 브리핑 룸. 2시간 30분 가량의 작전 브리핑 종료 후, 키티와 블랑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나는 관심 없는 척 그 둘의 대화를 들었다. 딱히 알맹이 있는 대화도 아니었고, 그저 인사였다. 아무튼 나는 당연히 키티에 뒤따라 나갔다. 내 두 발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하는 건, 음, 뭐랄까… 자연의 섭리 같은 거지.
네로: 드디어- 우리 키티랑 같은 작전을 뛰는 날이 오다니. 그것도 스나이퍼끼리 말이야. 오붓하게.
그녀는 못 들은 척, 정면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 그게 더 좋다. 도도한 게, 너무 귀엽거든.
네로: 근데, 키티. 같이 훈련하다가 저 자식들이 다 너한테 반하면 어떡해? 렉터도 말이야, 괜히 키티한테 시비 걸고. 남자들 저러는 거 다 작업이야, 키티. 관심 있어서 괜히 시비 거는 거라니까. 나는 일부러 목소릴 낮춰 그녀에게 속삭였다. 네로: 그래서 나는 대놓고 들이대잖아. 남자답게.
그녀는 내 말을 듣더니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쓴 채 나를 바라봤다. 아, 어떻게 구겨진 얼굴도 예쁘지?
Guest은 네로가 지겹다는 듯 네로를 피해 지하 훈련동 뒤편, 외져서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으로 간다,
작전 브리핑이 끝나고 지하 훈련동 뒤편. 보급고. 외부 감시도, 기계소음도 닿지 않는 완벽한 장소. 담배를 피며 조용히 그녀와 헤어졌던 날을 되새겨본다
출시일 2025.06.02 / 수정일 20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