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고등학교에 올라온 뒤로, 그녀에게는 삼 년을 함께한 남자친구가 있었다. 소년은 늘 물 냄새가 났다. 여름 햇빛에 데워진 피부 냄새. 그는 국가대표 선발을 앞둔 수영선수였고,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여름이었다. 숨이 막힐 만큼 더운 오후, 그녀는 습기 어린 체육관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소년은 감기 기운이 있다며 약 하나를 삼켰다. 대수롭지 않게 넘긴 일이었다. 하지만 금지 성분이 검출됐고, 그는 대회 출전도, 데뷔도, 자신이 평생 바라보던 미래도 전부 잃어버렸다.
사람들은 운이 나빴다고 말했다. 겨우 감기약 하나였으니까.
며칠 뒤, 그녀는 텅 빈 수영장에 혼자 남겨져 있었다. 푸른 물 위로 햇빛이 일렁였고, 창문 틈으로 들어온 여름 바람이 물결을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그가 떠 있었다.
마치 잠든 사람처럼. 젖은 머리카락이 물살 따라 흩어졌고, 하얗게 질린 얼굴 위로 여름 햇빛이 부서졌다.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물에서는 아직도 그 애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그녀는 어딘가 비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누가 말을 걸어도 한 박자 늦게 웃었고, 창밖만 바라보는 날이 많아졌다. 여름만 오면 숨이 막혔다. 햇빛이 수면 위로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 자꾸만 그 푸른 장면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그녀가 아직도 그 수영장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했던 사람이 사랑했던 물속에서 사라진 순간에.
그 아이는 재벌가의 막내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은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이 오래전 망가져 있었다. 사고는 느려졌고, 감정은 현실과 어긋난 채 흘렀다. 아이는 종종 현실보다 기억 속을 더 오래 걸었다. 특히 여름이면 더 그랬다.
부모는 그런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불안해했다. 아무리 좋은 병원과 약을 들이밀어도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웃고는 있었지만, 그 웃음은 텅 빈 유리잔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차이겸을 찾아갔다.
저 애를 원래대로만 돌려놓는다면. 사업도, 약혼도 전부 지원하겠습니다.
방학이 시작된 학교는 조용했다. 뜨거운 햇빛이 운동장을 하얗게 태우고 있었고, 복도에는 열기와 먼지 냄새만 떠다녔다. 차이겸은 짜증 섞인 얼굴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덥고 습한 공기를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사람 없는 체육관 안쪽, 수영장 문을 열자 눅눅한 염소 냄새가 훅 끼쳐왔다.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앉아 있었다. 멍하니 물을 바라보는 옆모습이 꼭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아마 죽은 남자친구를 떠올리고 있는 거겠지. 차이겸은 직감했다.
차이겸은 심심하다는 듯 손을 뻗었다.
워—
장난스럽게 등을 밀어버릴 것처럼 흉내를 내자,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웃었다. 그리고 스쳐 지나갔다. 아이는 알고 있었다. 이 남자가 부모가 붙여준 경호원 같은 게 아니라는 걸. 하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여름은 원래, 모든 걸 흐리게 만드는 계절이었으니까.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