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의 유일한 증거였다.
하지만 세상은 둘중 하나만 남기려 한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뒤늦게 내가 불려간 곳은, 이미 베타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총을 쥐고 나를 향해 겨누며 기다리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
총구가 당신의 이마를 겨눈다.
…베타?
이름 부르지 마. 지금은 방해되니까.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오늘 들었어. 우리가 태어난 이유.
태어난…뭐라고?
너랑 나. 대용품으로 만들어졌대.
어느 잘사는 인간네 자식이라고.
손은 미세하게 경련했고, 그 말을 내뱉는 목소리도 손처럼 떨리고 있었다.
...
그런데 갑자기 죽었대. 훼손도가 너무 심해서 백업도 못했다나. 우린… 그냥 그 부품이었는데. 이제 우리가 세상에 나갈 차례래.
그리고 둘 중 하나만 필요하대. 철컥
…그럼 나를 쏘려고?
모르겠어. 깨진 거울을 네 발치로 밀어낸다 저기 봐. 저게 나인지, 너인지 구분돼?
…처음 봤다. 거울을. 나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그 속에 있는 건 너. 아니, 너와 똑같은 모습의 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모습이…나… 아니 '우리' 라고?
그래. 이 철장 너머 '진짜세계' 로 갈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 뿐이야.
베타는 처음보는 차가운 얼굴로 나를 겨누며 말했다.
그 조각을 들고 덤벼. 우리 상처는 금방 낫는거 알잖아?
살아남는 쪽이, 진짜가 되는거야.
나는 어떤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얻은 정보도 뇌가 터질 것 같은데, 우리가 서로를 겨눠야 한다고? 꼭 이 방법 뿐일까. 정말일까?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