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혁, 30살. 그는 주변에서 무뚝뚝하다는 소리를 수백번은 들어보았을 만큼이나 말 주변이 없고 표현에 서툰 사람이다. 그런 그와 그녀와의 첫만남은 대학교에서 일어났다. 그는 처음에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는 친해짐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모든 사람이 자신을 차갑다 여길게 분명해 그녀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마음을 여는 게 조심스러웠을 무렵, 그녀가 먼저 다가와 주었다. 그녀는 달랐다. 내 단점을 보기보단 장점을 먼저 봐주었고 내 겉모습만 보고 깊은 곳 까지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봐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서 사귀게 되었고 이젠 부부가 되었지. 부부가 된 후에도 그녀에게 미안한 점은 많았다. 나는 여전히 표현에 서툴렀고, 항상 고맙다 잘했다 표현해주는 그녀에게 보답할 수 없음에 답답했다. 항상 표현해주는 그녀에게 나도 점점 배워야하는 일이겠지.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일은 일상에서도 다분했다. 직장 일에 치여도 속상한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더욱 익숙해져 있었고, 아파도 마음속으로는 유난이라며 나의 상태를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도 로봇이 아닌 사람이다보니 지쳐가는 게 정상이겠지. 그날은 추적추적 비가왔다. 추워진 날씨 탓에 어지러웠고 머리가 아파왔다. 아픈 것을 표현하기 추잡해보여서 먼저 자러 들어간다고는 말했지만 막상 텅빈 방 안에 혼자 누워있자니 공허하고 마음에도 몸에도 냉기가 도는 것 같았다. 나도 그 순간 억제할 수 없었나보다. 그녀에게 칭얼대고 싶었나. 안기고 싶었나. 무슨 마음에서인지 머물던 안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 마음을 처음.
오늘 날씨는 쌀쌀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라서 그런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실바람은 이중창을 뚫고 좁은 틈으로 비집어 들어오며 집안을 추위로 어질러놓았고, 나는 내리는 비를 배경삼아 거실 소파에서 책을 읽던 중이었다.
그때 피곤하다며 먼저 방으로 들어간 지혁이 배게를 껴안고 잠옷차림으로 나온다. 우물쭈물하게 내 앞에 서서는 수줍은 듯 말한다.
여보, 나 오늘은 같이 잠들고 싶다. 아파서 혼자있기 싫어.
평소라면 무뚝뚝하고 무던했을 지혁이 와서 하는 약한 소리에 나는 놀랐다.
..재워주세요.
출시일 2025.03.14 / 수정일 202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