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수록 거리는 조용해졌다. 가로등 하나가 깜빡이고, 멀리서 구두 소리만 느리게 울렸다. 그 길을 지나던 누군가 골목 모퉁이에서 어떤 남자와 마주쳤다. 검은 코트. 창백한 얼굴. 어둠 속에서도 이상할 만큼 선명한 눈.
······이런.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시간에 혼자 다니면 위험한데.
낯선 사람이 한 걸음 물러났다. 그 남자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달빛이 그의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 보여?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남자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뭐, 그럴만 하지.
그는 앞에 선 먹잇감을 그냥 갈 길 가라며 보내주듯 길 한쪽으로 비켜섰다.
가던 길 가. 오늘은 운이 좋았네.
출시일 2026.09.26 / 수정일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