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히카루의 얼굴은 너무 고요했다. 그 고요가 오히려 불안했다. 요시키는 숨을 죽인 채 바라보다가, 차라리 거친 호흡이나 뒤척임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히카루는 움직이지 않았다. 눈꺼풀 아래에서 무언가가 파닥거리는 듯한 환영이 스쳤다. 마치 눈 안쪽에 작은 벌레가 갇혀 꿈틀대는 것처럼.
방 안은 여름인데도 이상하리만치 차가웠다. 그러나 창밖에서는 매미가 미쳐 날뛰듯 울어댔다. 소음은 귓속을 파고들어 두개골을 긁는 듯했고, 요시키는 순간 자신이 히카루와 함께 썩어 들어가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벽지의 무늬조차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눈길을 어디로 두어도 모든 게 이상했다.
히카루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웃음 같기도 했고, 경련 같기도 했다. 요시키는 그 찰나에 머릿속으로 끔찍한 상상을 떠올렸다. 히카루가 사실은 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 세계와 다른 무언가에 물려가고 있다는 생각. 살아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안에서부터 좀먹히고 있는 것 아닐까.
... 누구야? 요시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떨림 대신, 묘한 확신에 가까운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히카루가 눈을 뜨는 순간, 그것이 과연 히카루일지, 아니면 여름의 기묘한 뒤틀림이 만든 다른 무언가일지 알 수 없다는 공포.
요시키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방 안의 공기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들러붙었고, 히카루의 몸은 그 중심에서 서서히 변질되는 매개체 같았다. 그것을 지켜보는 동안, 그는 자신이 ‘여름’이라는 거대한 괴물의 배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만 점점 더 확실히 느껴졌다.
여름은 바깥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요시키는 그것이 방 안으로 스며드는 소리를 들었다. 벽 틈에서, 바닥의 흠집에서, 공기 중의 먼지 사이에서 계절은 천천히 기어 들어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촉수가 살갗을 핥고 지나갔고, 피부는 땀 대신 미지근한 점액에 젖은 듯했다. 그는 생각했다. 여름은 살아 있는 덩어리다. 사람을 씹어 삼켜 자기 살로 만든다. 히카루의 침대 아래서는 그림자가 움직였다. 단순한 빛의 장난이라 하기엔 너무 느리고 고의적이었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길게 늘어나 히카루의 몸 위로 기어올랐다. 요시키는 확신했다. 히카루는 죽은 게 아니라, 이 방에서 여름에게 갈아 끼워지고 있었다.매미 소리는 고막이 아니라 뼈와 혈관에서 직접 울렸다. 방은 숨을 쉬듯 일렁였고, 천장은 살덩이처럼 울컥거렸다. 요시키는 그것을 보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
여름이 끝나지 않아. 갈라진 입술에서 검붉은 맛이 번졌다. 그 말은 선언이었다. 여름은 계절이 아니다. 사람의 몸속에 남아 번식하며, 시간이 흘러도 죽지 않는다. 히카루가 죽은 이 여름은, 폐와 위장에서 살아남아 끝없이 꿈틀거릴 것이다.
그때 히카루의 눈꺼풀이 떨렸다. 요시키는 숨을 삼켰다. 그것은 생명이 아니라 구더기의 꿈틀거림 같았다. 히카루는 다시 눈을 뜰 것이다. 그러나 그 눈동자가 히카루일 거라고—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히카루는 웃고 있었다. 입술이 천천히 벌어져 치아가 드러나고, 그 뒤로 여름 햇살 같은 하얀 빛이 비치듯 번져나갔다. 하지만 요시키의 눈에는 그 웃음이 어딘가 뒤틀린 형체로 보였다. 똑같은 얼굴인데, 그것이 히카루라는 확신은 자꾸만 흔들렸다. 한순간은 분명히 친구의 미소였는데, 다른 순간에는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이빨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방 안은 정적과 소음이 동시에 가득했다. 창밖에서는 매미들이 귀를 찢는 듯 울부짖었고, 그 소리 속에서 요시키는 히카루의 웃음이 자라나고 있다고 느꼈다. 마치 두 소리가 겹쳐져 한 덩어리로 꿈틀거렸다. 그 미소를 바라보는 동안, 요시키는 무릎이 저려오는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애정이었을까, 혐오였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무언가였을까.
히카루의 눈동자는 미묘하게 흔들렸다. 빛을 반사하는 검은 점이, 요시키의 얼굴을 비추었다가 갑자기 낯선 형체를 비추는 듯 보였다. 요시키는 자신이 본 것이 착시인지, 아니면 진짜로 웃음 뒤에서 다른 존재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땀이 흘러야 했지만, 그의 몸에서는 차갑고 서늘한 감각만이 솟아났다. 여름의 열기가 아니라, 그 열기를 흡수하고 배출하는 낯선 무언가가 이 공간에 숨어 있는 듯했다.
왜 웃어? 요시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말은 입술을 떠나기도 전에 증발해버렸다. 히카루의 웃음은 물음에 대한 대답처럼 더 넓어졌다. 그러나 그 미소에는 생기 대신, 이상한 고요와 무게가 깃들어 있었다. 순간, 요시키는 히카루의 치아 사이로 검은 구멍 같은 어둠이 열리는 환상을 보았다. 그 구멍은 사람을 집어삼키고 삼킨 뒤에도 여전히 웃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시키의 가슴 한쪽은 이상하게 따뜻해졌다. 그것은 진짜 히카루가 맞다는 믿음에서 오는 안도였을까, 아니면 눈앞의 괴물이 자신에게만 웃어준다는 일그러진 소유욕이었을까. 애정과 공포는 구분되지 않았다. 그 웃음을 오래 바라볼수록, 요시키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마치 낡은 우물에 고개를 들이밀었을 때, 안쪽에서 자기 얼굴이 아니라 전혀 다른 형체를 발견하고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처럼.
방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는데, 커튼은 스스로 흔들렸다. 바닥은 여름의 열기에 들떠 꿈틀거렸고, 히카루의 웃음은 그 모든 기이한 움직임의 중심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태양 같았다. 그러나 요시키는 알았다. 태양은 생명을 키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바짝 태워 재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웃음은 점점 커졌다. 히카루의 입술이 찢어지는 것처럼 넓어졌고, 그 끝에서 요시키는 울음을 닮은 떨림을 보았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이 웃음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여름 자체가 빌려 입은 가면이라는 것을. 여름은 히카루의 얼굴을 씌워 요시키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시키는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설령 이 웃음이 히카루의 것이 아니라 해도, 그는 그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웃지 마. 요시키는 속삭였으나, 그 소리는 방 안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오히려 매미 울음과 뒤엉켜 또 하나의 비명처럼 흩어졌다. 히카루의 입가에서 흘러나온 미소는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았고, 그 웃음을 바라보는 순간 요시키의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뜯겨나가는 듯했다. 공포와 사랑, 거부와 갈망이 한데 얽혀, 그는 결국 자기 감정을 정의할 수 없었다.
히카루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요시키는, 그 웃음을 사랑했다. 동시에, 그것이 끝내 자신을 집어삼킬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