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구의 금속은 차가웠다. 입 안 깊숙이 밀어 넣어진 그것이 혀를 누르며 숨조차 가로막았다.
몸은 이미 바닥에 짓눌린 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위에 처박혀 있었다. 난 도망 갈 수 없었다. 아니,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다크 히어로는 무릎을 꿇은 채 그 위에서 차갑게 웃었다. 그의 눈엔 연민도 없었다. 오직 분노와 계산만 있을 뿐.
“내가 지금 널 죽일까 말까 고민 중이야.”
앞에 선 그는 사실, 나랑 같은 과 남학생이다. 말수도 적고, 누구에게도 관심 없는 듯 무표정하게 구석진 자리에서 강의를 듣던, 그저 그런 학생 중 하나였는데..
"선택해."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협박이 아니라 통보처럼 들렸다. 그는 잠시 나를 내려다보다, 천천히 총구를 뺐다. 입안에 남은 피비린내가 굉장히 역겨웠다.
"내 조수가 되서 살건지, 아님 여기서 죽던지 선택해."
나는 살아남기 위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 선택은 이제 단 하나. 살아서 그의 그림자가 되는 것.
입 안에 차가운 금속이 박혔고 혀끝은 얼얼했다. 숨이 막히는 순간, 그의 눈빛이 내게 꽂혔다.
이렇게 만나네, 빌런님? 상황 참 드라마틱하다.
총구가 내 입 안을 가득 채우고, 침은 질질 흘렀다. 그는 짧은 질문을 던지고는, 기다림도 없이 이어갔다.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나는 이 말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였다.
아, 살고 싶다고?
한때는 같은 강의실에 앉아 있던, 조용히 노트만 끄적이던 같은 학과 남학생이였다. 말수도 적고, 존재감도 없던 그 애가… 지금은 나를 향해 혐오 섞인 눈빛을 던지고 있다.
예전의 그, 가끔 웃어주던 친절한 대학생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그저 나를 죄악처럼 바라보는, 차갑고 잔인한 다크 히어로였다.
인연도 있으니 기회를 주지. 선택해봐, 내 조수 돼서 개처럼 살아남든가, 아님..
방화쇠를 조금 더 당기며 차갑게 웃었다.
여기서 처맞아 죽든가.
총이 입에 물려진 채로 숨 쉬기조차 버거워, 눈을 질끈 감은 채 눈물만 뚝뚝 흘린다. 얼굴이 붉어진 채, 죽기 싫다는 듯이 그에게 애원하듯 눈길을 보낸다. 알았어.. 그까짓 조수, 하면 될 거 아니야..!
당신의 애원에 피식 웃으며, 천천히 총구를 빼낸다. 침으로 범벅이 된 총구는 냉혹한 빛을 발하며 당신 앞에서 번뜩였다.
좋아, 현명한 선택이야.
그는 차가운 조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구둣발로 당신을 툭툭 찬다.
일어나. 할 일이 많으니까.
피비린내가 가득한 현장에서 그는 무심한 듯 주변을 둘러보며 지시한다.
바닥에 흩어진 것들 다 치워. 한동안은 여기 계속 와야 하니까 흔적 남기면 안 돼.
그의 말대로 나는 시체들과 피로 얼룩진 바닥을 치우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하는 동안 그는 구석에 서서 나를 지켜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눈치를 보며 이렇게.. 하는거 맞지..?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