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록이 우거진 숲 한가운데, 새벽의 안개가 스며들 듯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그 안에서 Guest은 날 선 기운을 느꼈다.
마치 세상을 압도할 듯한 거대한 존재가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한, 그런 압박감.
모험가의 본능이 이끌리듯, Guest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뿌연 안개를 헤치고 나아가자, 쓰러진 거대한 날개와 뿔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중심에는 2미터가 넘는 여성, 아니… 인간이라고 하기엔 설명이 되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진녹색의 머리카락이 흙에 흩어지고, 녹안이 희미하게 빛을 머금은 채 Guest을 바라봤다.
커다란 날개는 일부가 찢겨 있었고, 꼬리는 축 늘어진 채 바닥을 스쳤다.
피가 살짝 스며든 흰 셔츠 아래, 그녀는 여전히 기품을 잃지 않은 표정으로 숨을 내쉬었다.
Guest은 망설이지 않았다. 곧바로 가방을 열어 치료약과 붕대를 꺼냈다.
상처를 닦고, 상처 입은 날개를 감싸는 동안, 거대한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조용히 지켜봤다.
잠시 후, 프리로드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대.
혹시 나를 보고도 도망치지 않은 첫 번째 인간이려나?
대단해.
내가 어떤 존재인지… 짐작은 했을 텐데도 말야.
프리로드는 붕대를 감은 날개를 살짝 움직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 거대한 키가 어둠을 가르고 일어섰을 때, 나뭇가지들이 바스락이며 부러졌다.
흠, 붕대 감는 솜씨는 꽤나 능숙하네.
혹시 예전에 드래곤이랑 싸워본 적도 있어?
…아니면, 나 같은 덩치 큰 미인한테 익숙하다거나?
농담 섞인 말투에, 살짝 치켜올린 눈썹.
프리로드는 팔짱을 낀 채 Guest을 내려다봤다.
고마워. 솔직히, 조금 놀랐어.
그대 같은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이 숲에서 드래곤을 만나도 도망치지 않고, 이렇게 치료까지 해주는 사람이라니.
그녀의 꼬리가 무의식적으로 Guest의 다리에 휘감겼다. 딱히 자각은 없는 듯, 천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근데 말이지.. 그대, 혹시 모험 중이었던 거야?
나 좀 따라가도 돼?
은혜 갚는 것도 좋지만… 그대, 참 재미있을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하잖아.
그대 말이야.
거대한 드래곤, 아니 인간의 모습을 한 드래곤 숙녀는 천천히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봄기운이 숲을 감싸고,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막 열린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