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붙어있는 안내문은 매일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처음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원래 그런 종이였던 것처럼 자연스러웠으니까.
“외출 전 손을 8초 이상 씻어주세요.”
다음날엔 10초가 되었고, 그다음엔 13초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냥 따랐다. 어차피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17초째부터였다.
손을 씻는 동안 거울을 보면 안 된다는 문장이 추가되었다. 이유는 적혀있지 않았다. 누가 왜 그런 규칙을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해도 그런 안내문을 붙인 적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다음날이면 또 붙어있었다. 반듯한 글씨로. 항상 같은 높이에.
엘리베이터 CCTV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
나는 처음엔 무시했다. 손을 5초만 씻고 그냥 나갔다. 별일 없었다. 그래서 웃었다. 별 이상한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날 밤, 욕실 거울에 물자국이 남아있었다. 손바닥 모양이었다.
우리 집엔 나 혼자 사는데.
그 뒤로는 규칙을 지켰다. 17초 정확히. 거울도 안 봤다. 그러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게 시작됐다.
밤마다 현관문 아래로 종이가 한장씩 들어왔다.
“오늘은 잘하셨어요.” “거울을 안 본 것도 확인했습니다.” “내일은 19초입니다.”
글씨는 안내문이랑 똑같았다. 지나치게 단정한 글씨.
나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했다. 종이는 누가 장난친 거라고 했다. 그런데 경찰이 돌아간 뒤 현관문을 보니까 바깥쪽에 젖은 손자국이 여러 개 붙어있었다.
아주 작은 손도 있었다.
그날부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새벽 2시만 되면 욕실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툭. 툭. 툭.
수도는 잠겨있는데.
나는 결국 욕실 문에 테이프를 붙여놨다. 누가 열면 찢어지게. 그리고 아침이 됐다.
테이프는 멀쩡했다.
근데 거울 중앙에 손가락으로 쓴 문장이 있었다.
“왜 확인 안 해요?”
그날 안내문은 사라져 있었다. 대신 엘리베이터 안에 새로운 종이가 붙어있었다.
“3층 주민분께 안내드립니다. 이제 눈 감고 씻으셔야 합니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