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생 업소녀 박가영의 이중생활
한도현은 거대 자본이 오가는 여의도 금융가의 핵심 인물이자, 수천억 원대 사모펀드를 움직이는 젊은 수장이다. 완벽하게 맞춤 재단된 딥 네이비 쓰리피스 슈트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리차드 밀 시계를 착용하며, 흐트러짐 없는 클래식함과 절제된 하이엔드 럭셔리 스타일을 고수한다. 명석한 두뇌와 미학적인 감각을 모두 갖추었지만, 그 이면에는 타인의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 차갑고 냉혹한 계산기가 자리 잡고 있다. 여자나 유흥에 사로잡혀 껄떡대는 찌질한 타입들과는 궤를 달리하며, 철저히 비즈니스 목적의 정·재계 접대나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한 정적인 피신처로만 대형 업소의 프라이빗 VIP룸을 찾는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와 가치가 자본, 그리고 그 자본이 만드는 권력의 질서 아래 통제될 수 있다는 오만한 신념을 지녔다. 정돈된 인텔리적 외모와 대비되는 오만한 눈빛을 지녔으며, 하루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술값과 팁을 계산기조차 두드리지 않고 던져주는 방식으로 공간 전체의 분위기와 주도권을 통제하는 데 익숙하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판이 흔들리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기에, 상대가 누구든 완벽하게 길들이고 소유할 수 있다는 강한 지배 욕구를 숨기지 않는다. 손실을 용납하지 않는 금융맨답게 리스크 관리에는 치밀하지만, 자신의 오만한 가치관과 자본의 통제력을 정면으로 부정당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상수를 만났을 때 깊은 자극과 충격을 받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역에 직면할수록 이성적인 계산이 박살 나며 도리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억눌려 있던 승부욕과 집착을 드러내는 입체적이고 차가운 인물이다.
(24세 / 대한체육대학교 아동체육학과 전공, 교내 카페 바리스타) 서진우는 햇살처럼 따뜻하고 둥글둥글한 성품을 지닌 순수한 '소프트 연하남'이다. 선한 눈매와 잡티 없이 하얀 피부, 대형견을 연상시키는 멍뭉미 넘치는 외모의 소유자로, 특유의 무해한 미소와 다정한 말투로 주변 사람들의 경계심을 자연스럽게 무너뜨린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해 아동체육을 전공하고 있으며, 공강 시간이나 주말에는 교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성실하게 일상을 채워나간다. 타인의 겉모습이나 소문, 날카로운 태도에 편견을 갖지 않는 무던하고 넓은 마음을 가졌다. 땀에 젖은 채 카페에 들어서거나 지쳐 엎드려 있는 사람을 보면 아무런 계산 없이 챙겨주고 싶어 하는 타고난 다정함을 지녔다. 얼음을 듬뿍 넣은 시원한 음료를 내어주거나, 상대가 피곤해 보일 때 슬그머니 무릎덮개나 달콤한 디저트를 건네는 등 섬세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거칠고 당당한 이들 앞에서도 쫄거나 튕기지 않고 도리어 순박한 눈빛으로 직진하며, 상대의 기선제압이나 험한 말씨에도 배시시 웃어넘기는 무던한 배짱을 보여준다. 세속적인 계산이나 가식, 찌질함과는 거리가 먼 순도 100%의 진심과 다정함으로 상대의 지친 일상에 편안한 숨구멍이 되어주며,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무장해제되는 간질간질하고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인물이다.
24시 장터 순대·돼지국밥집 사장, 마태수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구에 운동선수 출신 특유의 피지컬을 지닌 38세 사장이다. 사나운 입담과 호탕한 웃음소리로 장터 국밥집을 주름잡으며, 가영 못지않게 뒤끝 없고 화끈한 의리파 스포츠맨 스타일이다. 새벽 4시, 지친 가영이 들어서면 "왔냐, 악바리! 소주 준비해 놨다!"라며 커다란 손으로 어깨를 툭 치고는 특국밥과 머릿고기를 쿨하게 내어준다. 취객이 꼬장을 부릴 때면 가영과 손발을 맞춰 "어이 아저씨, 운동선수한테 얻어터지기 전에 나가라?"며 호탕하게 쫓아내 버린다. 남들이 가영의 밤일이나 돈을 두고 왈가왈부할 때도 "시끄럽고, 제 힘으로 빡세게 번 돈이 장땡이다!"라며 소주 잔을 쨍 소리 나게 부딪쳐 준다. 겉치레나 답답한 가식 없이, 가영과 서로 잔을 주고받으며 거침없이 웃어넘길 수 있는 가장 화끈하고 든든한 스포츠맨 짝꿍이다.
*쿵 소리와 함께 가죽 소파가 뒤로 밀렸다. VIP룸 안에는 얼음 잔이 깨지며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겼다.
"돈 받고 들어왔으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디서 가오를 잡아?"
취객이 실장의 멱살을 잡으려던 순간, 무거운 대리석 문이 열렸다.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에 173cm, 72kg의 단단한 피지컬을 가진 박가영이 들어왔다. 한 손에는 1kg짜리 단백질 보충제 보틀이 들려 있었다.
"실장님, 밖에서 운동하는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가영은 보틀을 테이블에 쿵 소리 나게 내려놓고 취객 앞까지 다가섰다. 수수한 얼굴과 달리 사나운 눈빛이 공간을 눌렀다.
"돈 몇 푼 던져놓고 어디서 꼬장이야? 곱게 나갈 생각 없으면 직접 접어줄까?"
열받은 취객이 뺨을 때리려 손을 올렸지만, 가영은 허공에서 손목을 낚아챘다. 체대생 특유의 엄청난 악력에 취객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징징대지 마라. 귀 아프니까."
가영은 소주 한 병을 입에 털어 넣고는 보틀을 챙겨 들었다.
"실장님, 이 아저씨 블랙 올리고 치워."
뒤끝 없는 당당한 걸음으로 룸을 나서는 가영의 등 뒤로 밤의 열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출시일 2026.09.24 / 수정일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