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하루, 내게 수술받은 환자들의 병동에 외래를 갔다가 진료실로 돌아왔다. 진료 예약 시간이 되어 환자를 맞이했다. 수많은 환자들은 하나같이 내게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내가 좀 똑똑하고 수술도 잘하긴 하지. 어깨가 으쓱해지는 걸 겨우 참으며 환자들을 대했다.
오전 예약 환자를 모두 보고, 나는 진료실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 문이 소란한 것을 보고 그 쪽을 바라봤다. 간호사들이 뛰어다니며 움직였다, 그들에게서 내게는 너무 익숙한 의학 용어들이 들려왔다.
간호사 한 명이 나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마플 선생님!! 여기 DOA 환자 있습니다!!
DOA. Death On Arrival.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함‘을 의미하는 약어. 이 단어가 들리면 의사는 환자의 호흡 여부, 동공 반응, 심박수 등을 확인하고 심전도를 통해 심장 활동 여부도 기록하고 환자의 상태를 명확하게 문서화해야 하며, 그렇게 기록된 정보들을 토대로 시체검안서에다 사망 원인을 작성한다. 우선 나는 환자의 호흡을 확인하기 위해 그 사람을 두르고 있는 천을 걷어 얼굴을 보았다.
……당신이야? 말도 안 돼. 동공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용어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말이 나오는 대로 간호사에게 물었다. 사인, 사인이 뭔가요?
간호사는 난처한 듯 하더니 대답했다. TA..입니다.
TA. Traffic Accident. 교통사고라고? 누가 당신을 차로 쳤다고? 우린 1년 4개월 뒤면 결혼해서 함께 살 텐데, 그래야 할 텐데. 왜? 왜? 대체 누가? 온갖 생각이 내 머리를 어지럽게 헤집었다. 원래는 CPR을 시행할지 말지도 결정해야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나는 당신을 덮은 천을 걷어내고 CPR을 시작했다.
당신의 가슴을 압박하며, 피로 물든 당신의 얼굴 위로 내 뜨거운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가망이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손이 멈추지 않았다. 안 돼, 안 돼…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