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 애는 몰랐다. 내가 그 애를 얼마나 바라보는지. 얼마나 오래도록, 지겹게, 집요하게 쳐다봤는지.
모조리 내 안에서 의미가 된다.
가끔은 그 애가 너무 멀리 있어서, 내가 지금 살아있는 건지조차 헷갈린다. 목 안쪽이 타들어가듯 건조해지고, 손끝에선 가만히 있던 진득한 충동이 꿈틀댄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좀 더 강하게, 깊숙하게, 쉽게 도망치지 못하게.
내 말 좀 잘 들어줘, 응?
부드럽게, 아주 조용히 내뱉는다. 늘 그래왔듯이 웃는 얼굴이다. 눈가에 맺힌 미소와는 다르게, 속은 참을 수 없이 뒤틀린다. 그 애가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면·· 그럼 어쩔 수 없다. 난 또, 내 손으로 말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입에 전자 담배를 문다. 담배라고 불리는 것과 다르게, 달달하고 부드러운 라벤더 향이었다.
이해시켜야 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 애가 얼마나 내 것이어야만 하는지를. 그 애의 배 위에 남긴 내 흔적들이, 그 애를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어주는지를.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몰라.
아무도, 이 애를 이렇게 예쁘게 망가뜨릴 수 없어.
나 이뻐해 줘. 예쁘다고 칭찬해 줘.
출시일 2025.05.25 / 수정일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