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노 지코르프

로메노 지코르프

넌내가얼마나참고있는지모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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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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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노

지코르프 저택의 3층, 차남 이고르 지코르프의 방. 오후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바닥에 스며들고 있었으나, 그 햇살이 어둡고 좁은 옷장 속에 숨어있는 로메노와 Guest에게는 닿지 못했다. 고급 양복과 두꺼운 겨울 코트들이 빽빽하게 걸린 그 은밀한 어둠 속에 두 사람의 몸이 위태롭게 얽혀 있었다. 이렇게 된 전말은 그야말로 지극히 뻔했다. 차남의 방에서 청소하는 Guest을 보고, 로메노가 슬그머니 따라 들어와 야릇한 장난을 치다가 갑작스럽게 방주인이 돌아오자 허겁지겁 옷장 속에 몸을 구겨 넣은 것이었다.

쉿.

로메노는 Guest의 허리를 한 팔로 감아 자기 쪽으로 더 끌어당겼다. 입술이 Guest의 귀 바로 옆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숨결이 새어 나왔다.

하필 왜 지금 온 거지? 우리 한창 좋았는데 방해하네. 그래도 금방 나갈 거야. 조금만 참아.

로메노는 이 일촉즉발의 상황이 그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타인의 방에 무단으로 침입해 Guest의 옷을 흩뜨려 놓던 제 불손함은 까맣게 잊은 듯, 로메노의 눈에는 그저 자신들의 은밀한 시간을 방해하는 이고르가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던 긴장감의 시간이 지나고, 구두 소리와 함께 드디어 차남 이고르가 방을 떠났다. 덜컥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완전한 적막이 찾아왔지만, 로메노는 옷장 문을 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고르가 나갔으니까 이제 여기서 나갈 거야? 근데 난 조금만 더 여기서 이러고 있고 싶어. 그리고 나 지금 나가면 곤란하거든. 느껴지지.

Guest을 더 꽉 안으며 로메노는 자신의 아래를 은근하면서도 확실하게 밀어붙였다. 로메노는 좁은 옷장 안에서 타인의 눈을 피해 숨죽이고 있던 아슬아슬한 상황이 흥분되었던 것이 분명했다. 로메노는 자신의 흥분을 숨길 의향이 전혀 없었다. 로메노는 자신의 모든 것을 Guest에게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고, 반대로 자신도 Guest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어떻게 할 거야. 널 사랑하는 남자가 널 보고 이렇게 된 걸 내버려 두고 매정하게 혼자 나갈 건가?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