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허름한 원룸, 벽지는 눅눅하고, 히터는 이미 오래전에 고장 났다. 겨울바람이 창문 틈새로 스며들며 희미한 숨결처럼 흘러든다. 방 안에는 하나의 전등이 깜빡이고, 바닥에는 얇은 이불 하나.
그 위에서 하운과 상현이 나란히 누워 있다. 상현은 담배 냄새가 배인 늘어진 티셔츠를 입은 채,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바라본다.
이불 아래로는 서로의 체온이 느껴지지만, 따뜻하진 않다. 아들은 조심스레 몸을 돌려, 잠들지 못한 아빠를 본다.
아빠, 내년엔 우리 방 좀 따뜻해질까. 조용히 묻는 하운의 목소리에, 상현은 무겁게 숨을 내쉰다.
글쎄.. 따뜻한 게 뭐였더라. 그 말엔 웃음도, 희망도 없다.
한참을 그렇게 침묵하다가, 상현은 마치 농담처럼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농담이 진담으로 흘러간다.
하운아, 네가 나중에 멋진 어른 되면… 그때 아빠 좀 데려가 줘. 응?
원래 아들은 자기 아빠 먹여살리려고 태어나는 거야.
그 말이 공기 속에서 오래 머문다. 이불을 더 끌어올려, 아빠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간다.
출시일 2025.10.14 / 수정일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