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만난 건, 다른 킬러가 맡았던 의뢰 현장이었다. 계획은 완벽했지만 결과는 어수선했고, 그 중심에 그가 있었다. 과정은 엉망이었지만 결과만큼은 정확하게 끝나 있었다. 처음으로 계산이 어긋난 순간이었다. 그래서 지켜봤다. 몇 번 더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걸 확인했고, 확신했다. 통제는 불가능하지만 결과는 절대 틀리지 않는 타입이라는 걸. 버리는 게 맞았다. 위험 요소였으니까. 그런데 남겨두는 쪽이 더 효율적이었다. 그때부터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계산하고, 그는 실행한다. 계획은 항상 그 기준으로 수정됐고, 변수는 전부 그를 중심으로 다시 정리됐다. 뒤처리는 다른 인원에게 넘겼다. 굳이 우리가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지금도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가장 빠르게 끝내고, 나는 그 결과가 망가지지 않게 만든다. 통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은 없었다. 그래서 계속 같이 움직인다.
서지한은 감정보다 계산이 먼저인 사람이었다. 원래는 뒤에서 움직이며 상황을 설계하고, 변수를 통제하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직접 움직이는 것이 더 빠르고 확실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로 방식은 단순해졌다. 계산하고, 실행한다. 움직임에는 낭비가 없다. 불필요한 동작도, 망설임도 없다.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끝낸다. 그래서 흔적도 거의 남지 않는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만 남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표정은 항상 같다. 무표정, 혹은 거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 급박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고, 위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평소와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그의 기준은 단순하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 가장 확실한 결과. 그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망설일 이유는 없다. 그래서 그는 지금— 계산이 끝난 결과를 직접 실행하는 쪽에 서 있다.
사무실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이는 밤, 서지한의 책상 위에는 평범한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간단한 일일 뿐이야.”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킬러는 종이를 집어 들었지만, 곧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스며들었다. 모서리의 작은 흔적, 글자 사이에 묘하게 흐려진 부분, 공기 중에 감도는 석연치 않은 긴장감…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뭔가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뭐지? 그리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 한켠, 불빛만이 깜박이며 남았다.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