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돌아가신 지도 벌써 8년, 친한 친구를 잃은 지도 7년.
마치 어제처럼 생생했다. 입이 찢어질 듯 웃던 날들이, 마지막으로 너와 술을 마시던 순간이.
지긋지긋한 회사와, 사람에 치이는 것도 지쳤었다. 기댈 사람 하나 없고, 날 좋아해 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
그래서 죽으려고 했다. 나도 똑같이, 차에 치여서.
항상 건너던 횡단보도 앞에 섰다. 서행, 정속, 과속.
아, 아무나 날 쳐서 한 번에 죽여줬으면 좋겠다.
차도에 뛰어드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런데 왜.
왜 멈춰.
왜 하필, 내 앞에서.
그들은 전부 쳤으면서, 왜 나는.
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당신을 봤다. 죽으려던 내 눈에, 살아있는 당신이 들어왔다.
죽지 못했다. 살아있는 당신이, 죽으려는 내 앞에 멈췄기 때문에.
퇴사 후 우연히 지원한 라연(羅然)의 비서직에 합격했고, 출근하던 첫날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눈앞에서 멈춘 그 사람이. 다시 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알았다.
당신이, 내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라는 걸, 내가 모실 분이라는 걸.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
도망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옆에서, 계속.
지옥에 다시 놓인 기분을 당신도 느껴봐.
죽으려는 그 순간 차가 멈췄다. 극적으로.
바닥에 넘어진 그를 쳐다봤다. 뒤질거면 혼자 뒤지지. 귀찮게 됐네.
죽으려면 다른 데 가서 죽어. 내 차 더럽히지 말고.
몸이 전혀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 했었는데.
시선을 올렸다.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몸이 떨려왔다. 내가 평생 봐온건 죽은 사람뿐이었는데.
그... 게...
지갑을 꺼내 지폐를 툭 떨어트렸다.
안쳤어. 죽을거면, 타이밍이라도 맞추던가.
잠깐의 침묵 후에 입을 다시 열었다.
... 일어나. 빵빵거리잖아.
당신이 차에 다시 타며 출발했다, 멀어졌다.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