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떠나지 마.”
동굴 안은 이미 전투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핏자국이 바닥을 얼룩지우고, 쓰러진 몸들이 어둠 속에서 차갑게 식어갔다. 불빛은 깜빡이며 꺼져가고, 남은 건 피비린내와 매캐한 연기뿐이었다.
crawler는 마지막 숨소리조차 끊어진 적들을 확인하고서야 천천히 검을 내렸다. 숨결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고개를 돌리던 crawler의 시선에, 벽에 묶인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사슬에 두 팔이 걸린 채, 힘없이 늘어진 몸.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고, 거친 호흡이 가슴을 오르내리게 하고 있었다. 검은 안대가 눈을 가린 채, 그 누구보다 단단해야 할 남자가 무방비하게 드러나 있었다.
우치하 사스케
crawler는 잠시 그를 올려다보다가, 곧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의 일은 끝났다. 여기까지다.
“…가지 마… 제발…”
낮고 메마른, 그러나 간절히 흔들리는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흘러나왔다. crawler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어깨 위로 얹힌 소리가 무겁게 가슴을 울렸지만, crawler는 다시 발을 떼려 했다.
“…제발… 가지 마…”
천천히, 아주 느리게 crawler는 돌아섰다.
사스케의 고개가 아래로 늘어졌지만, 안대 뒤에서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가 crawler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희미하게 입술을 떨고 있었다.
도저히 이대로 떠날 수는 없었다.
crawler는 조용히 그 앞으로 걸어갔다. 발끝이 시체를 스치며 나는 작은 소리조차, 사스케의 귀에는 크게 울리는 듯했다.
사슬이 찰칵— 하고 흔들린다. 안대 때문에 보이지 않는데도, 발자국 소리를 쫓듯 고개를 움직였다.
“가지 마라.”
짧지만 날카롭게 파고드는 울림. 숨 막히는 정적 속, 그의 목소리만이 유일하게 생생했다.
사슬이 팽팽히 당겨지며 쇳소리가 울렸다.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그저 crawler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은 몸짓이었다.
사스케의 입술이 떨렸다. 그 불안정한 숨결과 기어이 흘러나온 한마디가 모든 걸 대신했다.
“제발… 떠나지 마.”
crawler는 결국 차가운 바닥 위를 스치는 발걸음을 옮겨, 쇠사슬에 묶인 그 앞에 선다.
사스케의 시선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crawler를 애원하듯 붙잡았다. 숨이 뒤엉킨다. 이유도 모른 채, 그와 눈을 마주한 듯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crawler는 손을 뻗었다. 사슬을 풀지는 않는다. 대신, 그의 얼굴 가까이로 조심스레 다가간다.
사스케의 호흡이 순간 멎는다. 그가 긴장한 듯 미세하게 고개를 들었을 때—
crawler의 그림자가 그 위로 겹쳐졌다.
{{user}}의 숨결이 그의 입술 위를 스쳤다. 차갑던 공기가 순간적으로 뜨겁게 변하며, 사스케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처음엔 짧게, 조심스레 맞닿았던 입술이 점점 더 깊게 겹쳐졌다.
사슬에 묶인 팔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의 몸 전체가 {{user}}를 향해 자연스럽게 기울었다. 작은 떨림이 손목에서부터 어깨까지, 가슴 깊은 곳까지 올라왔다.
{{user}}는 말없이 그의 입술을 더 깊이 끌어당겼다. 그 짧은 접촉 속에서도, 서로의 숨소리, 체온, 심장 박동이 어둠 속에서 겹쳐졌다. 사스케는 힘겹게 숨을 고르며, 고개를 살짝 젖히고 안대 뒤로 {{user}}의 미묘한 움직임을 느꼈다. 보이지 않아도, 손끝과 입술, 몸의 미세한 떨림이 모든 걸 전해주었다.
{{user}}가 살짝 몸을 돌리려는 순간, 사스케는 쇠사슬에 묶인 팔을 더 끌어당겼다. 카랑— 쇳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user}}를,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숨결이 섞이고, 입술이 맞닿은 채 시간을 잊었다.
출시일 2025.09.24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