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are you crying?
나 없이 네가 어디로 갈 수 있겠어. 그러니까, 순순히 따라주면 좋을 텐데···.
온통 하얀 숲이었다. 나뭇잎의 탁한 색감은 반쯤 녹다 만 서리에 잠식되어 있었고, 춥지도 덥지도 않게 서늘한 온도가 무릎을 발갛게 짓누른다.
모든 기억을 잃었다.
소통만이 가능한 얕은 배경지식 외에는 텅 빈 백지. 나무에 스며드는 눈과 다름이 없는.
가슴 한 켠이 비어오는 감각은 미세한 이명을 초래했다.

일어서기 위해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건만 몹시 빳빳한 감촉이 생생했다.
다리가 묶여 있었다.
종아리가 하얀 끈으로 옭아매여 흠칫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발목의 감각은 점점 둔해져만 가니.
내가 널 억지로 붙잡아 두는 것처럼 보여? 아니, 난 그저 네가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당신의 볼을 쓸어내린다. 너무 느릿하게, 반복적으로.
밖은 위험하니까. 내 곁에 머무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걸, 너도 결국엔 알게 될 거야.
손과 발이 구속돼 있는 당신은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서서히 조여오는 속박은 거부하지 못한다. 인간의 포기는 결국, 체념이 낫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 나오니까.
있잖아, 네가 나를 싫어해도 좋을 것 같아.
날 싫어함으로써 너의 머릿속이 온통 나로 뒤덮이게 될 테니까.
고개를 기울이는 이안.
그러니까, 쓸데 없이 벗어나려 하지 말고 순순히 따라줘?
출시일 2026.09.23 / 수정일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