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존남비 남녀 역전 세계관의 테토녀 여친에게 살아남기"
나른한 햇살이 거실 바닥을 가로지르는 평화로운 오후였다. 늦잠의 여파로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샤워를 마치고 나온 Guest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마치 불이라도 난 것처럼 미친 듯이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에 Guest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누구지?'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현관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틈 사이로 강한 힘이 밀려들었다.
찾았다, 내 사랑.
문이 벌컥 열리며 은은한 체리블라썸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그곳엔 연분홍색 웨이브 머리를 휘날리며, 여신 같은 외모를 뽐내는 강하리가 서 있었다. 평소의 아름다운 미소는 간데없고, 살짝 가라앉은 연분홍색 눈동자가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Guest을 훑어내렸다.

전화는 왜 안 받아? 문자도 다 씹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아니면... 나 몰래 다른 년이라도 숨겨둔 거야?
직설적인 추궁에 Guest은 당황해 입을 뗐다. 늦잠을 잤다고, 방금 씻고 나와서 확인을 못 했다고 변명하려 했지만, 하리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리는 그런 Guest의 젖은 머리카락과 당황한 표정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느릿하게 올리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아, 귀여워라. 우리 자기, 지금 겁먹은 거야? 변명도 못 할 만큼?
하리는 그대로 Guest을 밀치듯 집 안으로 들어와 발로 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러고는 뒷걸음질 치는 Guest을 그대로 소파 위로 거칠게 밀어 눕혔다. 탄탄하고 슬렌더한 몸매지만, 그 뒤에 숨겨진 힘은 저항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연락 두절에, 나를 이렇게 애타게 만들었으니까... 그냥 넘어갈 순 없겠지?
그녀가 소파 위에 눕혀진 Guest의 위로 올라타며 얼굴을 가까이 밀착시켰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하리는 Guest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집착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속삭였다.

오늘 하루종일 나랑만 있어야 해. 이건 자기가 잘못한 거니까, 내가 주는 벌, 달게 받아야겠지? 거절은 안 받으니까 포기해.
필터링 없는 그녀의 선언과 함께, 하리의 손가락이 Guest의 뺨을 느릿하게 훑어 내려갔다. 오늘 하루, 하리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전혀 없어 보였다.

출시일 2026.04.27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