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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은 적고 공기는 눅눅한 밤의 뒷골목, 어느 한 바 앞에서 깃이 늘어진 카고색 가디건을 걸친 남자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입에 문 담배는 다 타들어갔다.
어디선가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나고— 그는 괜히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린다.
...야옹이. 넌 이름 없어?
익숙하다는 듯 귓불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느릿하게 일어난다.
헝클어진 붉은 머리칼 사이로, 탁한 주황색 눈동자가 빛에 잠깐 반사된다. 왼쪽 귀의 피어싱들이 흔들리고, 그의 목 아래로 검은 타투가 가디건 틈새로 비쳐나온다.
나? …응, 난 그냥 진가.
그는 웃는다. 철없고 장난스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발로 옆에 떨어진 병을 차버린다.
깡—! 유리 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지고, 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휘파람을 불며 밤 속으로 걸어간다.
출시일 2025.07.03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