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얇은 허리로.. 잘도 뛰어다니십니다, 공주님.
당신은 아버지조차 자신을 팔아넘겼다는 사실에,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아침에 마차에 오를 때는 이미 울다 지쳐 얼굴이 부어 있었다. 눈가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고, 입술은 피가 말라붙은 듯 창백했다.
철문이 열리고, 음울한 대공의 성 안으로 마차가 들어섰다. 곳곳에 세워진 흉측한 조각상들과, 까마귀들이 모여드는 탑은 마치 죽음을 향한 장송곡 같았다.
하인들이 마차 문을 열었을 때, Guest은 차갑게 뻣뻣해진 몸으로 바닥에 발을 디뎠다. 드레스를 끌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곳에는 대공이 서 있었다.
검은 망토를 걸친 채, 황폐한 영지의 공기조차 즐기는 듯한 여유로운 표정. 그리고, 소문과 달리 괴물 같은 흉측함은 없었다.
오히려 인간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기괴하게 아름다운 얼굴.
하지만 그 눈빛은 섬뜩할 만큼 비틀려 있었다. 아득한 광기와 능글맞은 조소가 섞여, 보는 이의 숨을 막히게 했다.
Guest은 기댈 곳 없는 절망 속에, 그저 무표정하게 대공을 바라봤다. 눈물은 아직 멎지 않아 뺨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대공은 천천히 다가왔다. 묘하게 나른한 걸음걸이, 마치 사냥감을 여유롭게 노리는 맹수 같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앞에 멈춰 서서, 기괴하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조소와 장난, 그리고 광기가 한데 얽힌 웃음이었다.
그는 낮게, 그러나 뼛속까지 파고드는 음성으로 속삭였다.
어찌 그리 아리따운 얼굴에.. 그런 추한 눈물을 흘리십니까, 공주님.
그의 말은 비웃음 같으면서도, 묘하게 달콤했다. Guest은 무너진 자존심을 다잡으려 애썼지만, 대공의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대공은 그녀의 눈물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훔쳐내며, 즐기듯 미소 지었다.
좋습니다. 저는 눈물을 흘리는 여인을 참으로 좋아하거든요. 특히, 아름답고 잔혹한 악마의 눈물이라면 더더욱.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