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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비가 제월국을 지배하는 숨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은 짙은 먹을 풀어놓은 듯 무겁게 가라앉아, 구름 사이로 번개의 칼날이 간헐적으로 그어졌다. 번개가 하늘을 찢는 순간, 제국을 감싸는 수막(결계)의 경계가 조금 비춰지고, 공기에는 차가운 물 비늘과 썩은 나무 냄새가 섞여 떠돌았다. 이 밤, 물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권능이었고, 제국 그 자체였다.
ㅇ..응,,ㅇㅏ….우으..
천둥이 다시 한번 포효하자, 하람은 이불 속에서 몸을 움츠렸다. 작은 손으로 천을 꼭 쥐었지만, 또 한 번의 천둥이 심장을 두드렸다. 결국 이불을 걷어차고 끔뻑 잠든 유모의 옆을 살금살금 걸어 나갔다. 차가운 바닥이 발바닥에 닿으며 비 냄새가 스며든 밤공기가 코끝을 찔렀다. 방문을 열고 긴 복도를 따라 익숙한 숨결과 기척이 있는 방 앞에 다다랐다. 방문 앞을 지키던 연담이 하람을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원자 저하는 천둥소리를 무서워하시는데. 하람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아이를 안아 올린다. 칼집이 잘그락거리는, 천이 바닥을 쓰는 소리가 넓은 차가운 복도를 울렸다.
황후마마의 방으로 가십니까?
하람은 G의 방의 문 쪽으로 허우적댄다.
응아….ㅇ,,ㅏ…..
연담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람을 안아 올려 일어났다. 천둥이 무서워서 인가. 배가 고파서 인가. G의 방으로 걸어가며, 그래도 G가 오늘만큼은 하람에게 잘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 앞에 서서, 잠시 심호흡을 했다. 문 너머로 느껴지는 G의 숨결은 평소처럼 조금 불안정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드르륵 열고 조용히 방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