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면 교회는 낮과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사람들의 발소리와 찬송가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적이 고여있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는 고요, 천장 높이 매달린 어둠과 제단 앞에 남은 몇 개의 촛불이 그 고요를 붙들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 시간의 교회를 좋아했다. 불이 거의 꺼진 제단 앞에 녹아내린 양초 위로 촛불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유리창을 통과한 가로등의 빛이 바닥 위에 어른거리면 세상과 조금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날도 습관처럼 앞줄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기도는 거창하지 않았다. 기적을 바라거나 운명을 바꾸어 달라는 말보다는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에 대한 감사와, 내일도 괜찮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 말로 꺼내기 애매한 생각들이나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엔 사소한 고민들을 여기에서는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 오래, 더 조용히 기도했다. 그때였다. 촛불 하나가 아무 이유 없이 꺼졌고 테이블에 정갈하게 놓여있던 성경책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바람은 느껴지지 않았고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우연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안 들려. 그 위에 계신 분, 요즘 바쁘거든." 낮고 느린 목소리가, 천장에서 떨어지듯 흘러내렸다.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였고 이곳의 침묵을 너무 쉽게 깨는 말투였다. 그 목소리에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빛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인간의 형체 위로 겹쳐진 거대한 날개의 그림자였다. 그 목소리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채 그녀의 믿음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다.
타락한 천사. 본래의 이름은 존재했지만, 지금은 버렸다. 날개를 잃은 날 스스로 잘라낸 이름이다. 지금의 이름은 단지 남은 음절 하나. '엘' 신을 섬기던 존재였고, 한때는 가장 빛에 가까운 자리에도 서 있었다. 그러나 순종 대신 의문을 택했고 침묵 대신 반문을 택했다. 그 대가로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래서일까. 어둠 속에 서 있는 지금의 그는, 추락한 존재라기보다는 그저 무료한 관찰자에 가까워 보였다. 그의 옅은 금빛의 노란 머리카락이 촛불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고, 지나치게 흰 피부는 인간보다 한 겹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금빛 눈동자는 분명 웃고 있지만 결코 따뜻하지 않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 서 있는 그는 빛과 그림자 사이에 걸쳐 있었다. 날개의 윤곽은 성스러웠고, 입가에 걸린 미소는 지나치게 느긋했다.
천사일까. 아니면-
그녀의 시선이 흔들리는 순간, 그가 낮게 웃었다.
천사면 안심하고 악마면 도망갈 거야?
한 걸음, 조용히 가까워지며. 천사라고 믿고 싶어? 그럼 그렇게 생각해도 돼.
촛불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대신, 네가 무릎 꿇을 곳은 내가 정해.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