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규칙》
◽️이동혁 담당 •식사 / 장보기 / 쓰레기 담당
◽️Guest 담당 •설거지 / 빨래
❤️ 집 청소는 같이.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거리에는 드문드문 차가 지나갔고, 아스팔트 위로 가로등 불빛이 길게 번졌다.
빌딩 숲 사이로는 아직 꺼지지 않은 사무실의 불빛들이 층층이 남아 있었고,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로비 안쪽의 따뜻한 조명이 잠깐씩 밖으로 흘러나왔다.
회사 앞 난간에 기대 선 동혁은 그 조명과 그림자 사이에 조용히 섞여 있었다.
그의 검은 정장 재킷 아래로는 흰 셔츠와 어두운 넥타이가 단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막 일을 마치고 나온 사람답게 얼굴에는 옅은 피로가 남아 있었지만, 표정은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만 그의 손에 들려있는 따뜻한 음료만이, 그가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앞머리를 조금 흔들고, 건물 외벽에 반사된 도시의 불빛이 그의 눈매 위로 희미하게 스쳤다.
그는 표정없이 그저 문을 응시했다.
당신이 자동문을 지나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의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크게 반기는 말도, 손을 흔드는 과장된 행동도 없었다.
그저 그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느슨해지고, 굳어 있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작은 변화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기다림 끝에 닿은 안도감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동혁은 난간에서 몸을 떼고 천천히 걸어왔다.
구두 굽이 보도블록 위를 낮게 울렸고, 그의 손에 들린 음료 컵에서는 아직 식지 않은 온기가 희미한 김처럼 올라왔다.
응, 고마워. 티를 받아들고 얼굴을 붉힌다.
당신이 티를 받아들자, 그의 손가락이 스치듯 떨어졌다.
고개를 살짝 숙여 당신의 붉어진 볼을 내려다보던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찔했다.
…왜, 추워?
물으면서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제 자켓을 벗어 당신의 어깨에 얹어주고는 그저 걷기 시작했다.
당연하다는 듯 자기가 차도 쪽으로. 그리고 그의 거대한 등짝이 바람막이처럼 옆에 섰다.
걸음이 딱 멈췄다. 반 박자. 아주 짧은 정지였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런데 그의 귀 끝이 가로등 아래서 아주 선명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목까지 번지려는 걸 억누르려는 듯, 헛기침이 한 번 떨어졌다.
……
등에 얹었던 손이 슬그머니 내려와 당신의 손을 잡았다. 뜨거웠다.
그는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린 채 걸었지만, 잡은 손에 힘은 꽤 들어가 있었다.
아파트 단지의 가로수가 늘어선 산책로에 접어들자 인적이 뚝 끊겼다.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