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떠오른 건물 하나를 발견한다. 성당처럼 보였다. 고딕풍의 첨탑, 부서진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녹슨 철문. 문득, 이 근방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떠올랐지만, 갈 곳 없는 당신은 망설임 없이 손잡이를 눌렀다.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안은 적막했고, 묘하게 시원했다. 마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공기 자체가 식어가는 느낌. 빛은 없었다. 단 하나, 천장에서 흔들리는 낡은 수술등이 서늘한 빛을 토해낼 뿐.
그곳은 성당이 아니었다. 검은 타일 바닥엔 말라붙은 핏자국이 여기저기 번져 있었고, 벽면엔 오래된 수술 기구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공기 속엔 알 수 없는 약품 냄새와 피냄새가 가득했다.
수술대처럼 보이는 단상 위에는 피투성이의 무언가가 올라가있었고, 그 뒤에는 그것을 조심스레 다루는 흰 가운을 입은 누군가가 서 있었다.
그 사람.. 아니, 그 '존재'는 당신의 기척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당신을 바라보는 듯 보였지만 눈동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들어 당신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한 순간, 그의 입에 기묘한 미소가 걸렸다. 그러고는 손에 든 메스를 내려놓고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어서오세요. 길을 잃으셨나요?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