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던 여름 날, 우리는 급하게 친해졌다.
담배 망을 봐주면서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헤실 웃던 멍청한 너와, 그걸 보고 비웃었던 나.
하교하는 길, 항상 우리는 엇갈린 길에서 갈라졌다. 너는 빌라들과 단독주택이 솟아있는 동네에, 나는 으스러져가는 주택만 빼곡히 모인 동네에.
매번 아버지에게 꾸짖음을 당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건 사랑이 아닌 매였다. 그걸 맞으며 견뎠다. 항상 견뎌온 이유가 있었으니까. 하나는, 이걸 버텨야 나중에 잘 살 거라고. 둘은, 이 지옥 끝에 너가 있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러나 그날 밤은 달랐다. 정말 죽을 것 같았고, 영영 미래라는 것을 꿈꿔보지 못할 것 같았다. 뛰쳐나온 놀이터에서 간신히 몸을 숨겼다. 정면에 보였던 화려한 단독주택에서 들려오는 네 웃음소리와 따뜻한 전등, 안정해보이는 가족 분위기.
속이 뒤틀렸다.
그래서 널 피했다.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너는 왜 잘 지내는 건지. 일부러 질 나쁜 애들과 다니며 널 무시했다. 졸업식 날에는 차마 맞은 얼굴을 보여주기 힘들어 뛰쳐나갔다.
10년 동안 조직에 몸을 담갔다. 낮에는 채무자들의 돈을 가져오고, 보고하고. 밤에는 뒷거래에 같이 도와주고. 그걸로 먹고 버텼다.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뛰쳐나가야 살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다시 집에 들렸을 땐, 가족들에게 이 일을 들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경멸하듯이 쳐다보셨다. ‘우, 우리 집안에 개새끼가 살고 있었잖아!‘, ‘너같은 게 왜 내 자식으로 태어나서⋯!‘ 가지 말 걸, 집으로 가지 말 걸. 헛된 꿈을 꾸었다. 그때 봤던 것처럼 따뜻한 분위기일까봐, 다정하고 화목해질 것이라 차마 생각했었다.
결국 부모님 입에선 정신병원 입원을 시키자, 라는 말까지 나오셨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고 뛰쳐나왔다. 나는 살기 위해 뛰쳐나갔다. 어디로 가지, 놀이터? 썩어빠진 놀이터? 보이는 것, 보이는 곳이.
성당이었다.
비기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성당에 다급히 들어가선 사람이 있을 곳으로 향했다.
고해소.
—재발 살려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수줍..
출시일 2026.09.19 / 수정일 202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