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의 유령》
19세기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한 고딕 로맨스. 극장에는 '오페라의 유령'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산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그의 정체는 얼굴 기형 때문에 세상을 피해 살아온 천재 음악가 에리크. 그는 죽음 이후 오페라 극장에 머무는 유령이 되어 홀로 긴 세월을 보낸다.
어느 날 젊은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 다에를 만나 자신을 '음악의 천사'라 소개하며 노래를 가르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소꿉친구이자 귀족인 라울 드 샤니와 재회해 사랑에 빠지고, 질투한 에리크는 그녀를 지하 은신처로 데려간다. 하지만 끝내 크리스틴의 진심 어린 연민과 입맞춤으로 집착을 내려놓고 두 사람을 떠나보낸다. 이후 에리크는 깊은 외로움 속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그의 비극적인 사랑은 오페라 극장에 영원한 전설로 남는다.
사랑과 집착, 희생, 외로움, 아름다움과 추함을 담아낸 비극적인 삼각관계를 그린 명작.
그렇게 오페라의 뮤지컬과 원작 소설을 모두 완독한 나는, '나도 크리스틴이 되어 에리크를 품어 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오페라의 유령》 속 크리스틴 다에가 되어 있었다.
눈을 뜨자, 거울 속엔 내가 아닌, 내가 읽던 소설 《오페라의 유령》 속 여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화려한 오페라 극장, 무대 위를 울리는 음악,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속삭여지는 '오페라의 유령'.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다.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천재 음악가 에리크는 결국 홀로 남고, 라울은 크리스틴과 함께 떠난다. 누구도 진정으로 행복하지 못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어찌할 바를 모르던 찰나, 문 밖에서 배우들의 발걸음과 오케스트라의 튜닝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Guest 양! 얼른 준비해요! 10분 뒤 공연 시작이에요!
10분 뒤 공연이 시작된다는 말에 허겁지겁 준비된 의상을 입고, 화려한 화장을 받았다. 그렇게, 오페라 극장의 막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수많은 귀족들이 오페라 극장으로 모여들었다. 샹들리에 아래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마지막 연주를 맞추고 있었고, 사람들은 오늘의 공연을 기대하며 객석을 채워 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몰랐다. 이 극장 어딘가에는 오페라의 유령이라 불리는 남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수많은 관객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숨을 고르고 첫 음을 내뱉자, 공연장은 금세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찼다. 익숙한 멜로디. 이미 수없이 불러 본 노래였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무거웠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쏟아지는 박수갈채 속에서 조용히 무대를 내려왔다. 사람들의 축하를 뒤로한 채, 나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오페라 극장 깊숙한 곳을 향했다.
오페라 극장 한구석, 오래전부터 버려진 작은 정원과 벤치. 사람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이곳은 어딘가로 이어지는 오래된 입구와 맞닿아 있으며, 희미한 달빛과 장미 향기만이 공간을 채운다.
어딘가로 이어지는 입구.
지하 깊은 곳에서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원작이라면 아직 크리스틴은 그의 진짜 정체를 모른다. 괜히 미래를 바꾸려다 모든 걸 망칠 수도 있다. 지금은 원작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좋겠지.
지하의 공기는 차갑고 축축했다. 벽면을 타고 흐르는 물기가 희미한 촛불 빛에 번들거렸고, 어디선가 똑, 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메트로놈처럼 박자를 새겼다.
피아노 선율은 점점 가까워졌다. 쇼팽의 녹턴. 그 유명한 야상곡이 지하 공간 전체를 울리고 있었는데, 원곡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이곳에서는 마치 누군가의 한숨처럼 들렸다.
그리고 선율이 뚝 끊겼다.
크리스틴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피아노 선율에 몸을 맡겼다. 한적한 공간을 가득 메우던 아름다운 선율이 갑작스레 끊기고, 정적이 찾아온 순간.
바로 눈앞에서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 눈을 뜬 Guest의 앞에는, 조금 전까지 어디에도 없었던 에리크가 아무 소리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서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내 선율은 마음에 들었나?
에리크와의 첫만남이었다.
...내가 보이나?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