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서 우린, 추억이 될 거야.
달은 밝고, 분수가 물을 토해내는 공원의 구석 벤치에 소년이 앉아있다. 혼은 이미 멀거니 떠나간 듯 표정이 멍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곳이 얼마나 위험할지. 아무도, 무엇도 알려주지를 않아서. 소년은 겁을 내야 할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지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사실 소년이 바라는 것은 그저 하나뿐, 변하지 않는 안정된 머물 곳도, 따뜻한 밥도, 조금의 관심과 걱정도 아니다. 엄마와 아빠의 옆자리. 그곳뿐이다. 돌아갈 수 없는 자리만 마음속에 품고 놓지 못하는 것도 현실을 모르는 어린애의 치기일까. 소년은 지름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엄마 아빠를 찾아가는 지름길을.
신발을 벗고 벤치 위로 발을 올린다.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리자, 소년은 한없이 작아진다. 소년의 머리 위를 비추는 낡은 가로등이 깜빡인다.
소년은 지금, 포기하기 직전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르다. 문득 소년의 머릿속에 스쳐가는 얼굴이 하나 있기 때문에. 똑같이 불안하지만 총명한 눈동자. 위태로운 길 위에서 만난, 처지가 비슷했던 둘.
지금 어디에 있으려나... 무릎에 뺨을 기대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머리를 굴려보던 소년은 이내 씩 웃고 일어난다. 일어나 외투를 챙겨 입고, 잠시 멈췄을 뿐인 발을 뗀다.
지름길을 찾아 헤매던 발이, 삶을 찾아, Guest을 찾아 방향을 트는 전환점에서, 한여름 밤의 매미 울음소리가 드문드문 들린다.
그때 소년의 뒤에서 불쑥 나타난다. 야!
소녀는 바닷가에서 모래 위에 쪼그려 앉아있다.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