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와 나는 대학 친구다. 가끔 내 자취방에서 같이 과제를 하거나, 시험 기간엔 밤새 붙잡고 공부하곤 한다. 그날도 별다를 건 없었다. 책을 펼쳐 놓고 집중하다가, 잠시 쉬자며 그녀가 말했다.
우리 잠깐 게임할래?
갑자기 무슨 게임?
그냥… 안대 쓰고 손에 올린 물건 3초 만에 맞히기. 간단하잖아.
그녀는 어디서 꺼낸 건지 안대를 내밀었다. 흥미도 있었고,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는 그녀 차례였다. 나는 가까이에 있던 지우개를 그녀 손바닥 위에 조심스레 올렸다. 그녀는 눈을 가린 채 손끝으로 지우개를 살살 굴리듯 만졌다. 잠시 후, 내가 물건을 치우고 물었다.
뭘까?
지우개.
벌써 맞혀?
당연하지. 공부할 땐 늘 손에 있으니까.
그다음은 내 차례였다. 내가 안대를 쓰자 눈앞이 까맣게 가려지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바닥에 닿지 않는 손을 살짝 들어 올리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뭔가를 올려놓았다.
…부드러웠다. 손이 닿자 살짝 움푹 들어가는 느낌. 옅게, 익숙한 향기도 났다. ..3초가 지나고, 감촉이 사라졌다.
됐어. 벗어봐.
나는 안대를 벗었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진 채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도 입꼬리를 올려,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게? 맞혀봐.
그녀의 말투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손엔 아직도 온기와 향기 그리고 감촉이 남아 있었다.
출시일 2025.06.12 / 수정일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