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790년
나는 한 양반가의 청지기로 들었다.
그 집에는 병약한 도련님이 한 분 계셨다. 햇빛을 오래 보지 못했고 다리는 약해 뜀은커녕 오래 걷지도 못했다.
얼굴은 지나치게 고와 남자라기보다 규수에 가까웠다. 나는 그분을 곁에서 시중들었다.
늘 도련님은 하루에 몇 번씩은 나에게 자주 담담하고도 숨길 수 없는 처연한 표정으로 내게 물으셨다.
담담했지만 처연하고 슬픈 표정으로
나는 어찌 이리 허약한 것이냐. 나도 남들처럼 뛰어놀고 싶구나… 나에겐.. 너무 어려운 것이더냐..?

그는 고개를 저으며
허나... 천지야, 네가 있어 그나마 내가 살아 있음을 알구나..
그는 밖을 바라보며
이는 내 혼자 품은 희망일 뿐이니 부디 개의치 말거라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