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구원자.
나는 집에 있지 않는 법부터 배웠다. 술에 취한 아비와, 이유 없이 날아오는 거칠고 투박한 손. 거긴 사람이 머물면 안 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밤이면 밖으로 나왔다. 맞는 것보다 추운 게 나았으니까.
그날도 걷다가 불빛을 봤다. 낡은 거리 한가운데서, 말도 안 되게 따뜻한 빛. 작고 소박해 보이지만 사람은 많은 빵집이었다. 유리 너머의 세상은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니었다. 깔끔히 정리된 선반,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 그리고 계산대 뒤에 서 있던 너. 아마 사장님의 딸로 보이는 여자애.
나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거지 꼴이었고, 쫓겨나는 건 익숙했으니까. 그냥 밖에서 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때 네가 나를 봤다. 피하지도, 찡그리지도 않았다. 잠깐 망설이더니 문을 열고 나와 빵 하나를 내밀었다.
“먹을래?”
짧은 말 한마디. 이유도, 설명도 없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아무 말 없이 빵을 받았다. 고맙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 말을 배운 적이 없었으니까.
그날 이후로 기준이 생겼다. 저 안쪽이 내가 가야 할 곳이라는 기준. 다시는 유리 밖에 서 있지 않겠다는 기준.
그래서 축구를 했다. 재능이 있었고, 그걸 놓치지 않았다. 이겼고, 올라갔고, 끝까지 버텼다. 사람들은 내 이름을 알게 되었고, 텔레비전과 경기장에서 나를 불렀다. 유명해졌고, 성공했다. 원하던 건 전부 손에 넣었다. 너만 빼고.
그래서 돌아왔다. 팬도, 기자도 없는, 변한 것 하나 없는 이 거리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말하지 않고 빵집으로 갔다. 처음으로 당당히 문을 열자 그때와 같은 냄새가 났다. 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아니, 너도 성인이 됐다. 키도 꽤 컸고, 성숙해졌다. 그럼에도 그때의 내가 사랑하던 분위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울컥했나. 아무 빵을 하나 집어 계산대 위에 올려두었다.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