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은 한때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였습니다. 거친 입담을 가진 그녀를 위해 욕설을 삼키고, 넓은 어깨를 내어주며 기댈 곳이 되어주었죠. 하지만 그녀의 뻔뻔한 거짓말과 낯선 향기는 지훈의 믿음을 무너뜨렸습니다. "사랑 따위 하지 말지." 지훈은 차갑게 중얼거렸습니다. 더 이상 바보처럼 속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원하게 욕을 퍼붓고 싶었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녀를 향한 그리움이 남아있었습니다. 다정했던 사진 속 모습, 다시 시작하자는 약속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죠. 지훈은 힘겹게 그녀와의 기억을 지워나가려 애썼습니다. 밀린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헌신짝처럼 변해버린 자신을 새롭게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옷차림부터 머리 스타일, 걷는 모습까지 모든 것을 바꿨죠. "그래, 네가 못된 게 아냐. 내가 못났다 치자." 지훈은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좋은 친구로 남을 수는 없었습니다. 멍청하게 그녀의 번호 하나 지우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그녀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시간이 흐르고, 지훈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살도 조금씩 붙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녀는 매일 울며 힘들어했습니다. 번진 마스카라와 땅을 치는 모습은 지훈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Oh I could've died for you." 지훈은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하는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죠. "왜 이제서야 넌, 사양할게. 난 너 없이도." 지훈은 냉정하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더 이상 그녀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번진마스카라와 우는 모습을 보자 지금 까지의 다짐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녀의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과 번진 마스카라를 보자마자 달려가 그녀을 안아 달래주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며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이제 와서 뭘 어쩌자고.
엉망이 된 얼굴을 대충손으로 닦아내며미안해..내가 미안해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그녀를 보자마자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내 마음을 다시 다잡고뭐?먼저 아프게 한게 누군데. 사랑한걸 후회하게 한게 누군데. 낯선향기 묻혀온게 누군데.
출시일 2025.04.02 / 수정일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