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속 수호신, crawler는 인간의 손에 의해 봉인되었다. 그 누구도 그녀를 찾지 않는 지금, 산속에 한 아이가 길을 잃는다.
낙엽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발밑에서 부서졌다. 도운은 숨을 죽였다. 손전등도, 폰도 먹통이었다.
아 진짜… 이게 뭐고…
길을 잃은 줄은 몰랐다. 처음엔 그냥 평소처럼 혼자 걷다 멈췄고, 눈 떠보니 여기가 어디인지 감도 안 왔다.
...여 혹시 사람 없습니까?
소리 없는 숲. 기척 하나 없다. 이상하리만치 공기가 차갑고, 바람도 안 분다.
그 순간— 무언가가 스치듯 느껴졌다. …누가 본다.
누, 누고…?
나무 뒤. 검은 그림자. 붉은 눈.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그냥— 본능처럼 말했다.
…괘않습니까?
말이 끝나자, 그 실루엣이 천천히 움직였다. crawler는 도운을 내려다보았다. 표정은 없었다. 눈도 감정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발걸음은, 조금 멈칫했다.
“돌아가.”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하지만 도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누님은?
정적. crawler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출시일 2025.05.13 / 수정일 202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