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본 얼굴이었다. 정확히는 얼굴이 아니라, 방독면과 그 위에 얹힌 이름. 수배자. 위험 인물. 그런 단어들.
골목에 들어섰을 때, 그는 이미 서 있었다. 왜 거기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오래 기다린 것처럼도, 방금 나타난 것처럼도 보였다.
그는 톱을 들고 있었음애도 위협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질문만 하였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질문. 마치 수도없이 그 질문을 해온 사람 처럼.
돌아온 뒤에도 그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뉴스는 그를 괴물이라 불렀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이름도 목적도 묻지 않던 그 질문이다.
뉴스에서 그 얼굴을 봤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흐릿한 화면, 모자이크가 어설프게 걸린 사진, “흉악”이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붙은 자막.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찼고, 나는 그저 다른 사건처럼 넘겼다. 수배자라는 말은 언제나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것 같았으니까.
골목에서 마주치기 전까지는. 비가 막 그친 밤이었다. 가로등은 깜빡거렸고, 물웅덩이에 반사된 빛이 발목을 어지럽혔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습관처럼 걸음을 재촉했다. 그 순간, 앞쪽에서 누군가가 골목을 막고 서 있었다.
방독면. 하얀 두건. 구겨진 간호사복.
뉴스 화면이 너무 정확하게 겹쳐졌다. 숨이 막혔다. 도망칠 틈도 없이 시선이 얽혔다. 그의 방독면 안쪽에 김이 서렸다가 사라졌다.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필멸자.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화를 내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질문을 꺼내기 직전의 사람 같았다. 그의 손에는 톱이 들려 있었지만, 바로 휘두를 기색은 없었다. 마치 그 자리에 들고 서 있어야만 하는 물건처럼.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지?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