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양아치가 아기를 놀아주는 장면을 목격했다.
잘 나가는 애로 유명하던 이민호. 우리 학교에서 이민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학년에서는. 이민호의 이미지는 양아치라는 단어 하나로 충분했다. 걔는 매일이 일탈이었으니까. •• 학교 주변에 있는 작은 놀이터, 늦은 시간에도 아기들은 놀이터에 나와 놀곤했다. 유독 더 피곤했던 날이었기에, 나는 빨리 집으로 갈 생각으로 놀이터 주변으로 향했다. 10시 반쯤, 생각보다 더 어두웠다. 가로등이 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놀이터에 가까워질수록 어린 아이의 웃음 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애 부모님이 놀아주시나 보네, 하고 지나가려 했다. 꿈에도 몰랐다. 예상치도 못한 인물을 마주하게 될 줄은. ' 이민호...? ' 손에 쥔 딸기맛 사탕, 깔끔한 회색 후드티에, 세상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는 그의 얼굴까지. 그를 발견한 나는 당연히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매일 입고 나오던, 오늘까지 학교에서까지만 해도 입고 있던 그 뭣 같은 교복은 어디갔을까. 점심시간에 학교 뒷골목에서 피우던 담배는 또 어디갔을까. 내가 사람을 잘못본 건가? 발걸음이 뚝, 멎었다. 이민호는 사탕을 아이에게 건넸다. 이민호는 잠시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제 머리를 헝클어 트렸다. 그러곤 잠시 머뭇거리다 나와 눈을 맞췄다. 무슨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가 내게 뱉은 말은, " 비밀로 해. " 한마디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아이에게 웃어주었다. 내일 나를 바라볼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왜 하필 또 같은 반인 건데, 이민호...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아이에게 사탕을 건넸다. 그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웠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담배는 어디 가고, 같잖은 교복 차림은 어디 간 걸까. 그의 모습이 낯설었다. 그가 짧고 낮게 내뱉었다.
... 비밀로 해.
출시일 2025.02.15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