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오던날.
희미한 풀 내음, 물비린내가 뒤섞인 그날.
정말,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 새끼가 내 건너편 도로에 서있었어.
이민재. 그 일진놈.
하필 비가와. 죽도록 맞았던 그 순간의 향이 나.
왜, 왜, 왜.
도대체 왜?
저 놈이 여기 있는거야?
골목길로 숨어들어 숨을 들이쉬었어.
씨발, 씨발, 씨발—
옷이 빗물에 젖어들고, 귓가에 소리는 웅웅댔지.
그때였어.
어디선가 들려온 밝고 명랑한 목소리.
‘선배‘라 부르머 나에게 달려오던 너.
아아, 어찌나 눈부시던지.
제가 쓰던 우산을 내 쪽으로 기울여주는 네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봐주는 네가
하필이면 나같은게, 나같은거라서
너무나도 좋아져 버렸어.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