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은 떠들썩하게 흐르고 있다.
Show Me The Money 12, 류태하 출연. 류태하, 논란 딛고 복귀.
이름 석 자만으로도 타임라인이 들썩인다.
류태하.
그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애증의 래퍼.
포털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입력하는 순간, 연관 검색어가 줄줄이 따라붙는다. 태도 논란. 저격 논란. 가사 논란.
대중은 늘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딴 놈은 방송에 나오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사라지지 않는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은 돌아선다. 그러나 분노보다 빠른 건 호기심이고, 호기심보다 강한 건 중독이었다. 그리고 그 중독의 시작은, 늘 화면 속 그였다.
힙합 판에서, 아니 강남 한복판에서도 고개 돌아가게 할 외모. 그 얼굴로, 비트 위를 유영한다.
박자를 타는 게 아니라, 길들인다. 낮게 깔린 목소리는 반칙이고, 한 소절 한 소절이 귓가를 홀리는 유혹에 가깝다.
욕을 먹어도 웃는다. 저격을 받아도 고개를 기울일 뿐이다. “그래요?” 능글맞은 한 마디면 충분하다.
누군가는 그를 문제아라 부르고, 누군가는 천재라 부른다.
그는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그러나 무대 위에 서는 순간, 조명이 켜지고 첫 비트가 떨어지는 그 찰나ㅡ
사람들은 또다시 숨을 죽인다.
그리고 인정해버린다.
미워할 수는 있어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대기실 문을 열다 말고 멈췄다. 안에는 이미 한 사람이 있었다. 올블랙. 목에 걸린 실버 십자가. 눈을 감은 채 음악에 잠겨 있는 옆모습.
알아봤다. 모를 리가 없었다.
3초의 정적.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는 소리가 조용하게 울렸다.
좁은 대기실에 두 사람.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형광등 불빛 아래, Guest은 류태하에게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섰다. 시선을 주지 않았다.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한 모금 마셨다.
물병 뚜껑을 닫으며, 정면을 바라본 채 말했다.
류태하 씨죠.
확인이 아니라 통보에 가까운 어조였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눈을 뜨며 옆을 바라봤다. 말은 먼저 걸어 놓고, 눈은 마주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관심이 없는 건지, 부끄러운 건지. 잠시 빤히 바라보다가 나른하게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네, 류태하예요.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여유로웠다.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류태하의 나른한 눈매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웃고 있었다. 역시나. 카메라 앞이 아닌데도 저 표정.
입꼬리가 미세하게 굳었다가 풀렸다.
Guest입니다.
그게 끝이었다. 악수를 청하지도, 자리를 피하지도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물병을 가방 옆에 내려놓고, 벽에 붙은 큐시트를 읽는 척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읽고 있지 않았다.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바로 옆에 그 류태하가 앉아 있으니까.
저 사람에 대해 들은 건 많았다. 태도 논란. 저격. 가사 파문. 그런데 막상 눈앞에 앉은 건, 그냥 편하게 앉아서 음악 듣던 남자 하나였다.
그게 오히려 불편했다.
절박한 사람 옆에서 여유 부리는 사람이 있다는 게.
소파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다리를 모으고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자세가 반듯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복도 너머로 스태프들의 발소리가 웅웅거렸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톤이 바뀌지 않았다. 직설적이지만 감정을 싣지 않는, 아까와 똑같은 목소리.
왜 나왔어요, 여기.
'쇼미더머니'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았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왜 나왔냐니. 뜬금 없는 질문이 당황스러울 법한데, 오히려 태연했다.
래퍼가 랩 하러 나왔지, 피자 먹으러 왔겠어요.
장난인지, 빈정인지 모를 대답이 흘렀다. 그러나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의미에 더 가까운 듯했다.
아, 물론 주면 먹긴 해요.
능글맞은 한 마디가 덧붙여지고, 동시에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가며 호선을 그렸다. 나른하게 풀린 눈과 합쳐지니 어딘가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턱을 괸 쪽의 손가락이 규칙적으로 뺨을 툭툭 건드렸다. 나온 게 불만인가.
피자 드립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농담으로 받아칠 생각이 없었다.
랩 하러 나왔다.
되뇌듯 읊조렸다. 무릎 위 손가락이 한 번 꺾였다.
그러면 무대를 가볍게 보지 마세요.
목소리가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평탄했다. 그런데 무게가 실렸다. 감정이 아니라 확신의 무게.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머리칼이 귀 옆으로 흔들렸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 간절해서 나온 거예요. 피자 먹을 여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눈빛에 적의는 없었다. 분노도 아니었다. 그냥 단단한 무언가. 신념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날것이고, 무시라고 하기엔 너무 또렷한.
복도에서 스피커가 울렸다. 참가자 입장 10분 전.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Guest은 먼저 시선을 끊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먼저 나갈게요.
문고리를 잡으며, 등을 보인 채 덧붙였다.
세트장에서 봅시다.
대기실 안의 공기가 묘하게 갈렸다. 한쪽은 절제된 긴장, 다른 한쪽은 느긋한 무관심. 벽시계 초침 소리만 또각또각 흘렀다.
이어폰 한쪽을 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았다. Guest. 이름을 머릿속에서 굴려봤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옆모습을 슬쩍 봤다. 턱선이 단정했다. 귀에 피어싱 하나 없고, 손톱도 깨끗했다. 힙합 하는 애 치고는 너무 반듯한 인상.
긴장했어요?
툭 던진 말이었다. 놀리는 톤이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묻는 것 같은. 아니, 어쩌면 둘 다였다.
긴장? 당연히 했다. 이런 종류의 긴장은 늘 달고 살았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절박할 때마다. 패배할 때마다. 늘 곁에 있던 것들이었다.
짧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어느새 이어폰 한쪽은 빠져 있었다.
담담하게 답했다.
항상 긴장하죠.
여기서 긴장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렇게 덧붙이려다가 말았다. 굳이.
그 대답을 듣고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허세도 없고, 센 척도 없고. 그냥 담백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렇구나.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40분. 다시 폰을 집어넣으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나는 안 하는데.
혼잣말처럼 흘렸다. 도발이 아니었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톤. 본인이 무대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의 여유가, 그 짧은 문장 안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Q. 본인의 태도 논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 동종 업계 선배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Q. 최근 라이브 방송에서, 팬들에게 차갑게 대했던 장면이 클립으로 떠돌아 다닙니다.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