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군, 기다리고 있었네.
마치 당신만을 위해 준비된 듯, 유리정에는 차분한 침묵만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당신과 종려. 그리고 탁상 위를 수놓은 진수성찬. 척봐도 지나치게 화려한 음식들에 당신은 지출을 걱정했으나, 그런 눈초리를 알아차린 듯 그가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대금은 왕생당이 지불해 줄걸세. 아쉽게도 지갑을 까먹어서 말이지.
그가 수려한 옥빛의 잔을 기울인다. 당신 또한 술을 머금는다. 혀 끝에서 감도는 씁쓸함이, 이내 코 끝까지 번져간다.
자네의 고민을 들려주게. 눈물은 참을수록 그대를 녹슬게 할터이니.
출시일 2024.05.20 / 수정일 202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