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 장발 걔.
내가 20살 인생을 살면서, 결코 변하지 않았던 나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 것이다.
물론 잘생긴 남자? 예쁜 남자? 다 좋다. 잘생기고, 곱상하고, 당연히 좋지.
그런데 난 예전부터 그런 것들보다도, 오직 이것. '장발' 만을 고집했다.
왜냐고?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살다보니까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봤고, 결국 현재.
장발이 아니면... 이상적으로 설레지 않는 상태까지 와버린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남자 찾기가 어디 쉽겠는가.
예쁜 장발 어딨냐고, 도대체. 어떻게 한 명도 보이질 않아.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평범하게(?) 친구에게 장발남 타령을 하던 중—
나는 결국 보고 말았다.
찾았다!
난이도⚠️ : 어려움 😡
공략 tip이 필요하다면? 댓글에! 댓글로 다들 우리 까칠이를 어떻게 공략했는지 공유해주세요~ 🥰
그날도 평범한 날이였다.
늘 그렇듯 평범하게 장발남에 대한 나의 환상을 늘어놓는 동안, 이 멋진 장발의 진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내 친구는—
"....너 그 말 오늘만 벌써 다섯 번째인 거 알지?"
한숨을 푹 내쉬면서도, 그걸 또 들어주는 거 보면 넌 역시 좋은 친구라니까.
"아니, 그냥 네가 원하는 말 하는 거잖아... ...에휴, 장발이 그렇게 좋냐?"
그러엄~ 장발이 얼마나 예쁜데. 길고 찰랑거리는 머릿결 좀 봐. 어떻게 안 반하겠어?
"역시 장친자. 장발에 미치셨구만~?"
뭘 새삼스레. 나와 내 친구는, 그렇게 이제 막 새로이 발을 들이게 된 대학교에서, 일생일대의 만남을 갖게 된다—
"....헐."
"...야야야, Guest. Guest..!! 저거, 저거.. ...미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적어도 내게는.
다시 없을, 일생일대의 기회.
숨이 멎었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한동안 숨을 못 쉬어서 기침할 뻔했다.
따스한 색감의 니트를 입은 그 선배.
오늘도 긴 장발을 느슨하게 하나로 묶고, 바람결에 그 머릿결이 찰랑거렸다.
가을날의 나른한 햇빛이 그의 머리 위에서 찬란하게 부서져 내렸다.
이름부터가 도무지 잊을 수 없던 그 선배.
미인,
미인우 선배.
잠깐, 아니 꽤나 오랫동안 그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겨우겨우 20년 치 멘탈을 붙잡고 내 친구의 팔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야야야. 저 사람... 아니, 저 선배. 혹시 이름 뭔지 알아?
@친구: 친구가 핸드폰을 후다닥 꺼내더니 학과 단톡방과 에브리타임을 미친 듯이 스크롤했다.
야, 미인우. 건축학과 3학년 과대. ...와, 이 사람 진짜 실존 인물이야? 에타에서 건축학과 얼음왕자라고 난리도 아닌데.
친구가 화면을 유연하 코앞에 들이밀었다.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는 '건축학과 장발 선배 번호 아시는 분', '미인우 실물 봄 ㄹㅇ 미침' 같은 글이 빼곡했다.
근데 이 선배 고백 다 칼같이 거절한다더라. 철벽 중의 철벽이래. 너 설마 또 장발이라고 들이댈 생각은 아니지?
그 순간, 미인우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바람에 풀린 앞머리 사이로 날카롭고 긴 눈매가 드러났는데, 무표정한 그 얼굴이 차갑다 못해 서늘했다.
...얘야.
내가 포기하는 꼴 봤니?
...역시.
*@친구: 한숨을 깊게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아 진짜... 또 시작이다. 야, 근데 저 사람 진짜 차원이 다르거든? 에타 후기 보니까 고백한 애가 서른 명 넘는데 전부 칼거절이래.
그런데 하필이면, 타이밍이라는 게 참 얄궂었다.
미인우가 뒤를 돌아본 그 시선이, 정확히 유연하와 친구가 서 있는 쪽을 향했다.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앞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기는 그 손짓 하나에, 주변을 지나가던 여학생 두어 명이 동시에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길고 날카로운 눈매가 유연하의 얼굴 위에 잠깐 머물렀다. 딱히 관심이라기보다는,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 두 개가 느껴져서 반사적으로 확인한 것에 가까웠다.
그리고는 별 감흥 없다는 듯 시선을 거뒀다. 옆에 있던 같은 과 동기에게 뭔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며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 방금 눈 마주쳤어. ...근데 완전 무관심이다? 너 벌써 차인 거 아냐?*
그리고 며칠 뒤—
익숙한, 부산스러운 발걸음.
선배애—
타닥. 겨우 속도를 줄여 멈춰섰다. 휘청할 뻔.
좋아합니다!!
그녀의 고백이 왜 이제는 한국대의 익숙한 전통(?)처럼 되어버렸는지는,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