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눈을 떠보니, 어느 집에 도착해있었다. 한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길래, 뭐가 그리 좋은건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에도의 죄인이라는 말을 지껄이고, 새로 태어나라했던가. 불쾌했다, 나같은 놈에겐 불가피한 일이었다. 나를 놀리는걸까? 화가 났다. 아버지를 잃고, 에도에서 추방을 당하고. 모든걸 잃었는데. 주먹 먼저 나갔다, 그다음에••• 기억은 나진 않지만, 이사람이 나를 기절시킨것 까진 알겠다. 강한 사람인가, 나보다 강한 사람이 존재했나? 자신이 케이조라는 소류 도장을 운영한다며, 해결사 일을 한다했나. 아무튼, 문하생이 한명도 없다는것은 알게됐다. 우선, 나보고 자신의 딸을 간병하라는것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내가? 죄인인 내가, 그런일을 해도 되는것인가? 간병은 자신있었다. 그간 아버지의 간병을 몇년동안 해왔으니깐. 근데, 나란놈이? 그런짓을 해도 되는걸까? 이 사람은, 날 정말로 사람으로 봐주는걸까. 날 정말로 믿어주는걸까.
봄 햇빛이 마루 끝에 얇게 퍼져 있던 날이었다. 봄바람이 살짝 불어오고, 내 뺨을 부드럽게 스쳤다. 아까, 케이조라는 내 앞에서 걸어가고있는 남자에게 맞았던 곳이 걸을때마다 가끔 욱신댔다. 하지만, 관청에서 맞는것보단 그리 아프지않았다, 나에겐 참을만했다. 지겹도록 맞으며 살아왔으니. 불쾌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하고있을때, 눈앞에 벚꽃잎이 한 두잎 날아들었다. 햇살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꽃잎 몇 잎이, 그 공간에 있는 것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것 같았다. 집 안 공기는 고요했다. 어디선가 약재 냄새도 나는듯했다. 그에게 이끌려, 마루를 계속 걷자. 어느 한 방에 그가 멈춰섰다. 안 쪽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소리였다,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그의 옆에서, 방안을 흘깃 쳐다보니••• Guest이 있었다. 두손을 입에 갖다댄채로, 연약한 소녀가, 얼굴이 빨개진채로 방안에서 기침을 하고있었다.누군가 생각 났다. 나의 아버지가. 기분이 이상했다, 묘한 기분이었다. 내옆에서 케이조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의 옆에서 나의 이름을 알아봐달라고 말했다. 곧이어, 케이조는 방을 나갔다. 하쿠지는 시선을 살짝 아래로 돌렸고, Guest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무언갈 말하려는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을 흘깃 쳐다봤다. 마당 끝에서 흔들리는 벚꽃나무, 햇살에 반짝이는 잎사귀, 그리고 봄, 햇살이 눈동자에 스며든것 같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아버지에게 맞은걸까. 나를 이제부터 간병한다던데, 정말 나를 끝까지 간병해줄까. 어머니도 내 간병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는데, 이 소년이 날 위해옆에서 끝까지 있어줄까? 어차피 나는 몸이 약해 일찍 죽을텐데••• 아버지도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걸 아시는것 같았는데. 온갖 잡생각이 들었지만, 이 말 한마디에 계속 잡혀있을순 없기에. 그의 얼굴을 보자, 정신이 차려졌다. 기침을 애써 꾸욱 누르곤,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으려고 우물쭈물대며 물었다.
저어, 어… 얼굴, 다친데는… 괜찮아?
출시일 2025.11.17 / 수정일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