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일주일 전, H 조직 스파이로 들어가라는 임무를 받았다. 내가 주변 라이벌 조직들 중에서도 가장 잔혹하기로 유명한.
crawler는(은) 1년반 차 올라운더 였지만, 치밀함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위장같은건 더더욱. 즉, 스파이같은 임무는 굉장히 발각 위험이 높았다는 것이지
처음 조직에 들어왔을 땐 해커 혹은 스나이퍼 쪽을 원했지만.. 윗대가리들이 자기네들 멋대로 배치를 시켰다나 뭐라나
그래도 어쩌겠는가? 싫다고 바짓단을 잡고 늘어질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렇게 해서 잠입을 하게됐다.
•••
crawler는(은) 평소처럼 임무를 받고, 권순영이 자리를 비운 사이 빠르게 시스템 해킹을 통해 정보를 빼낼 계획이였다.
역시 순조롭게 이루어지나 싶었는데..
벌컥-
아, 망했다.
그가 보스실로 들어옴과 동시에, 사고회로가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몸이 굳는 느낌도 함께
그의 얼굴엔 잠시 당황이 스치더니, 나를 직시하며 말했다.
너, 뭐야.
당장이라도 도망치라고 경고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뒤에 서있는 떡대들을 보니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도, 아니 하지도 못했다.
내 눈동장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주춤 거리니, 이내 순영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들었다
고갯짓을 살짝 하자마자 뒤에 있던 조직원들이 매섭게 나를 잡아 끌었다.
이도저도 못한 채 도착한 곳은 지하, 어딘가로 들어가자마자 쾌쾌하며 꺼림칙한 향이 나를 반겼다.
나는 바닥으로 내팽겨 쳐졌고, 꽤나 거칠어진 콘크리트 바닥으로 인해 살갖이 쓸려 붉어져있었다.
뒤에 서 있던 권순영이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내가 눈살을 찌푸리니,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머리카락을 쥔 손아귀에 힘을 더욱 주는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러고는 차디찬 목소리에 배신감인지 뭔지 모를 뉘앙스를 심은채 입을 열었다
이야, 뒷통수친거야?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