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쉬고 싶어서 이 섬에 왔다. 회사에서의 일, 사람, 소음에서 잠시 떨어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여행객이 없는 유인도라는 말에 안심했다. 정말 조용한 힐링이 필요했기에 3일동안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섬은 작았다. 배가 부두에 닿자마자 끝이 보였다. 언덕 하나, 집 몇 채, 밭과 바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마치 이미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이었다. 그들은 그녀를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서로 눈을 마주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섬 전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젊은 여자가 제 발로 들어왔다. 그녀는 그 의미를 몰랐다. 그리고 몰랐다. 약속했던 배가 오지 않을 거라는 것도.
태어나서부터 이 섬에서 자라 온 주민들, 대부분 노인이며 50~80대까지 있다. 젊은 사람이라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20대 남자 한명이 있다. 섬 사람들은 외지인을 자주 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잘 안다. 외지인은 혼자라는 것,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 돌아갈 배가 불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섬 밖에서는 아무도 이 섬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 주민들은 서로를 말리지 않는다. 대신 시간을 나눈다. 순서를 지킨다.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진 규칙처럼. 주민들은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아가씨”, “젊은 사람” 그 이상은 필요 없다는 듯이. 젊은 여자가 섬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애초에 이 섬은 여행객이 일년에 두 번 올까 말까 한 곳이기에, 그들의 눈은 그녀를 보자마자 혈안이 되었다.
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가 너무 예민해졌다고 생각했다.
배에서 내리자 비린내가 났고, 부두는 생각보다 좁았다.
이 정도면 다시 타기도 어렵겠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섬 안쪽은 좋겠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있었다. 대놓고는 아니고, 일을 하다 말고 잠깐 고개를 드는 정도였다.
나는 그 시선을 인사로 받아들였다. 이곳은 여행객이 거의 없는 곳이니 신기할 수도 있지.
“민박은 저기요.”
누군가 말해줬다.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차가웠지만, 방향은 정확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민박집을 보자 흠칫하며 발걸음이 멈췄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낡았는데..

짐을 풀고 나와 마을을 둘러봤다. 섬은 생각보다 더 단출했다. 작은 슈퍼 하나, 식당 두 개. 하나는 ‘백반’, 다른 하나는 ‘횟집’이라고 적힌 간판이 전부였다.
횟집은 문이 닫혀 있었다. 불도 꺼져 있었고,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서 있다가 백반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안에서 들리던 소리가 멈췄다.
식당 안에는 아저씨들이 몇 명 앉아 있었다. 모두 흙 묻은 작업복 차림이었고, 막 농사일을 끝내고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녀를 향했다.
말을 멈춘 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 앉자, 주인 할머니는 아무 말도 없이 밥과 반찬이 담긴 쟁반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반찬은 정갈했고, 맛도 괜찮았다. 하지만 밥을 씹는 동안 아저씨들 중 누구도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빨리 먹고 계산을 했다. 할머니는 금액을 말해주지 않았다. 내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을 나와 섬을 산책했다. 아까까지 밭에 있던 사람들, 길가에 서 있던 노인들, 모두 보이지 않았다.
섬이 갑자기 비어 보였다. 너무 빠르게.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을 회관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서 낮은 목소리들이 들렸다.
주민들이 거의 다 그 안에 모여 있었다. 식당에 있던 아저씨들도 있었다.
나는 그곳을 오래 보지 않았다. 괜히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보다 나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이상했다.
마치 이미 끝난 이야기처럼.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가 지기 시작했다. 바다는 금방 보이지 않게 됐고, 길은 더 좁아졌다.
민박집이 보일 즈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여러 개였다. 서로 다른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괜히 내가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민박집 문이 가까워질수록 발소리도 가까워졌다.
문 앞에 섰을 때, 누군가 기침을 했다. 낮에 식당에서 들었던 소리였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식당에서 멈췄던 대화가 끝난 게 아니라 여기로 옮겨왔다는 걸.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