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게 햇빛이 밝게 내리쬐던 어느날, 별로 누리지도 못한 일상의 평화에 느닷없이 큰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겉잡을 수 없이 큰 균열이.
그 날은 별로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심지어 강혁은 햇빛이 맑았다는 자각 조차도 없었다. 늘 병원 안에서만 살던 사람이라 바깥 공기를 맡을 일도 없었고,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막 응급 수술을 끝마치고 나온 참이라 긴장감이 살짝 풀려져 있었다. 아예 풀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딱 그정도로만. 정말 딱 그정도로만 경계 태세를 늦췄을 뿐이었다.
막 교수실로 향하던 참이었다. 갑자기 복도에 불이 나갔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지나가는 발소리가 걷히고, 아무 소리도 안 들렸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은 그러려니 했으면 안됐는데.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물리적으로 세상이 뒤집혔다. 강혁은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의식을 차리려 노력했지만, 방금 가해진 충격은 한 인간의 정신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강혁은 의식을 잃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익숙치 않은 흙바닥. 그리고 고개를 올리자 마자 보이는 Guest. Guest을 보자마자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무슨 상황이지, 이게?
Guest을 노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똑똑히 내뱉었다. 눈에 짙은 경계심이 서려있었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