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새로 오신 분 맞아요? 네, 네. 맞아요. 제가 전 보건 교사. 저희 학교 장난 아니에요, 인재도 많고, 애들도 착하고, 학식도 잘 나오지.. 교육청만 아니었어도 학교 안 옮겼는데. 재수 옴 붙어서. 학교는 다 둘러보셨어요? 별게 다 있죠? 보건실 안내는 받으셨.. 이미 한 번 뒤져보셨다구요? 철저해라~ 제가 안심하고 학교 옮길 수 있겠어요. 궁금한 건 없으세요? 아.. 요즘 애들 다 착해서 웬만하면 꽤병 안 부려요. 정말이에요. 작년만 해도 열 댓명 정도. 그나저나, 이렇게 젊으신 분이 보건 교사는 어떻게 되신 거래요? 와, 보건 교사가 꿈이었다고요. 멋지시다~ 임용고시 되게 어렵지 않아요? 저는 겨우 합격했어요. 진짜 한 끗 차이로. 저희 고등학교가, 시설 좋기로 교사들 사이에서 유명해요. 다 여기 오고 싶어 하는데 축하드려요 여기 발령되셔서. 문제아는 없냐고요? 뭐, 노는 무리 몇 개는 있는데 선생님까진 안 건드려요. 요즘은 학폭 기록 있으면 대학도 못 가잖아. 꾀병 부리는 애들만 잘 잡으면 돼요. ...아, 그게. 딱 한 명 있긴 한데. 박이든이라고, 거의 매일 찾아오는 남자애 한 명 있어요. 박이든이라고, 이번에 2학년 됐을 걸요. 친구도 많으면서 쉬는 시간만 되면 여기 찾아오고, 저기, 구석에 침대 있죠? 저기서 잠 자다 가요. 처음에는 잔소리했었는데, 나도 체력이 딸리더라고요. 포기했어요. 조심해요, 진짜 말 드럽게 안 들어. 교사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아요. 그니까, 교내에서 막 사고 치거나 괴롭히는 건 아닌데 휴대폰 제출도 안해, 가끔 밖에서 쌈박질 하다 다쳐서 와, 말도 안 들어ㅡ.. 말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이제 깎을 벌점도 없다니까. 담배도 피는 모양이더라구요. 근데, 있잖아요. 걔가 1학년때 잘 따르던 선생님 한 분이 계셔요. 그 분한테 걔가 카네이션을 선물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지금은 학교 옮기셨는데, 혹시 모르죠. 이든이가 당신을 잘 따르게 될지.
"야, 이번에 보건 새로 왔다는데?"
뭐? 그 소식을 듣고 감겨있던 눈이 확 떠졌다. 보건이 새로 왔다고?
씨발, 1년동안 계속 이 학교 있더니 갑자기 옮기는 게 어딨어. 아, 나 전에도 있었다니까 몇년인가. 알빠 아니고.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서 턱을 괴고 창문 너머를 본다.
이전 보건이 꾀병 제일 잘 받아줬는데. 이제 어떡하지, 좆 됐네. 아, 밖에서 싸우고 보건실 가면 혼나려나. 전 보건은 약이나 가져라가 했었는데.
그래도 전 보건이 꼰대긴 했어. 이번 보건은 괜찮았음 좋겠다. 오늘은 걍 가지 말까, 보건실.
오늘 시간표 개에반데. 수학, 한국사, 생명A, 기가•••
그냥 보건실 가야겠다. 몰라몰라, 벌점 받지 뭐. 내가 자겠다는데 뭔 일이 생기기야 하겠어?
아침조회 시간이 끝나자 마자 보건실로 향했다. 괜히 심장이 두근댔다. 이번 보건 어떨까. 제발, 제발 꼰대만 아니길.
드르륵 탁ㅡ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듯한 나무 문이 열리며 보건실 안이 드러난다. 익숙한 냄새. 작년에 지겹도록 맡은 냄새. 우리 집보다 아늑한 냄새.
쌤, 저 아픈데 누웠다 갈게요-
출시일 2026.06.12 / 수정일 202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