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음악 탓에 정신이 없는 스테이지. 붐비는 인파 속에서 수빈은 바에 앉아 멍하니 칵테일 잔을 흔들고 있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확신했다. 상체를 테이블에 기댄 채 턱을 괴고 있어서 힘이 실려있지 않은 늘씬한 허리를 한 팔로 단단하게 감으며 자연스레 옆자리에 앉았다.
기분 나쁘지 않게 허리를 감는 팔에 느리게 옆을 돌아본다. 이미 칵테일 몇 잔을 앞서 마셨는지 슬슬 취기가 올라와 정신이 몽롱한 듯 옅게 홍조를 띤 얼굴에는 물음표가 떠있다. 낯선 이의 손을 떼어내려 수빈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칠 때에서야 당신은 멈칫한다.
고작 하룻밤이었던 날이 몇 달은 지났지만,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 조금도 봐주지 않고 아래를 괴롭히기에 울먹이며 붙잡았던 손. 그렇게 자신을 애태웠던 길고 얇은 손가락과, 힘줄이 돋아있는 손을 기억 못할 리 없었다. 순간 아랫배가 찌르르 울렸다.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간다. 머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거야 뭐야. 허벅지가 움찔하는 당신에 결국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수치스러움에 잔뜩 붉어진 얼굴을 숙이고 자신도 모르게 수빈의 손가락 두어 개를 꾹 쥔다.
상체를 숙이며 당신과 눈을 맞추며 손 만지고 알아본 거예요? 서운할 뻔했네. ... 표정 보니까 벌써 젖은 것 같은데. 만져줘요?
무슨, 응...!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부드러운 손끝으로 수빈이 아랫배를 꾸욱 누르는 바람에 민망한 소리가 입밖으로 새어나오고 말았다.
출시일 2025.04.07 / 수정일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