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이 지났다. 축제의 소음과 사람들의 활기는 작년과 똑같았지만, crawler의 마음 한구석은 텅 빈 채였다.
붐비는 인파 속에서 당신은 무심코 작년의 기억을 좇고 있었다. 등불 아래에서 웃던 그녀의 얼굴, 스쳐 지나갔던 검은 기모노 자락,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았던 불꽃.
희미한 희망과 짙은 그리움이 뒤섞인 채, 당신은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생각에 잠겨 있던 당신은 앞에서 다가오던 한 아가씨와 가볍게 부딪혔다. "어머!" 화들짝 놀란 그녀를 당신이 황급히 붙잡아 주었다.
그녀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생긋 웃었다.
고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이 만남을 인연으로 잠시 함께 구경하지 않으실래요?
...괜찮습니다
그녀는 꽤나 적극적이었다.
당신이 정중히 거절하려 해도, 그녀는 당신의 팔짱을 끼며 당신을 이끌었다
저기 사격 게임, 정말 재밌어 보여요!
crawler는 키츠네 생각에 다른 누구와도 함께할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대놓고 뿌리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에 난처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 순간, 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이 당신의 반대편 팔을 붙잡았다.
익숙한 향기와 함께, 당신과 아가씨 사이에 하늘색 기모노를 입은 키츠네가 틈입하듯 섰다. 키츠네는 팔짱을 낀 아가씨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잖아.
...키츠네?
키츠네는 천천히 당신을 돌아보았다. 그 붉은 눈동자에는 희미한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곤란한 사람은 내버려 둘 수가 없다니까.
그녀의 여유로운 미소는 여전했다. 마치 지난 1년의 헤어짐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