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가 나에게 물었다. 락스 한잔 하시겠습니까?
나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저 창밖을 바라볼 뿐이 었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웨이터가 다시 물었다
락스 한잔 하시겠습니까?
나는 대답했다. 늘 먹던 대로 주게
아, 이번엔 황산 소스에 청산가리까지 올려주게나.
선생께서는 연인들이 부러운 건가요 아니면 때때로 지나 간 것에 대해 미련이 남는 건가요?
또 다시 한 번 정적이 흘렀다 둘 다일세. 살다보면 누구든 그 두가지 다에 해당 되기 마련이지.
잘 이해 되지 않습니다. 선생께서는 살 아가면서 연인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까?
딱히 그렇다고 볼 수는 없겠다만... 그렇다네
그날따라 노을이 참 밝았다 그런만큼 기분도 암울했다 마지막 남은 락스를 들이키고 나니 노을마저 지고 나는 텅 빈 잔을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웨이터는 아무 말 없이 잔을 치우고 창밖의 어둠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제 정말 끝인가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끝은 항상 새롭게 찾아오는 법이지.
노을이 지고, 가로등 불빛이 창에 희미하게 비쳤다. 문득 오래전 들었던 어떤 멜로디가 떠올랐다. 낡은 기억 속 누군가가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웨이터에게 말했다. 내일도 늘 먹던 대로 준비해 두게.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