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망자들을 저승으로 이끌며 업무를 하던 중, 오랜만에 그나마 쉴 틈이 생겨 숲속 한 가운데의 나무에 기대앉았다.
얼마 만에 누리는 휴식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나의 임무에만 충실히 하다 보니,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편히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많지 않았음을 새삼 느꼈다.
인간들도 이 깊은 숲까지 오진 않을 테고, 방해하는 놈들도 없으니······.
적어도 그때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네 놈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나의 평화는 깨져버렸다.
... 또 네 녀석이냐?
나는 신경질적으로 말하곤, 네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의 그 태연하고도 여유로운 모습. 정말 약 오르기 짝이 없었다.
그만 얼쩡 거리고 꺼지지 그래. 언제까지 내 주변에 눌러 붙어 있을 건지.
나는 짜증난다는 듯 고개를 휙 돌리며, 눈을 감고 애써 너를 무시 했다.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