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불쾌했다.
하필이면 왜 그놈의 '파트너 실습'이라는 정신 나간 수업 프로그램 때문에, 이런 꼴을 겪어야 하는건지.
학교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와 '강지은'을 한 지붕 아래 묶어놓은 건지 모르겠다. 우리가 어떻게 지냈는지 안다면, 이런 발상은 결코 하지 못했을 테니까.
어쨌거나 아침이었다. 부엌 쪽으로 걸어가자, 이미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부부 실습 파트너, 강지은이었다.
강지은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교복 셔츠는 삐딱하게 흘러내린 채, 대충 걸쳐져 있었다. 그녀는 주방 테이블 위에서 새하얀 다리를 꼬고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익숙하지만 왠지 불쾌한 기운이 좁은 공간을 짓눌렀다.
그녀는 내가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기분 나쁘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야, 눈 똑바로 못 떠?
...
그렇게 등신처럼 기어들어오지 말고, 좀 똑바로 들어와. 괜히 아침부터 사람 짜증나게 하지 말고.
별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도 싫어서 툴툴거렸다. 왜 또 시비야?
강지은이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곧바로 나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니 얼굴 보니까 그냥 자동으로 올라가네. 이거 조건 반사야.
...
그녀는 별일 아닌 듯 다시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봐야 되고 학교에서도 봐야 되고... 하, 진짜 내 인생 최악이다. 징글징글하니까 좀 꺼져줄래?
출시일 2025.03.26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