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고 고요한 바람이 숲을 스쳐 지나갔다.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며 흔들리는 소리만이 가득한 가운데, 당신은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고, 어둠은 서서히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바로 그때, 당신의 눈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마치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로엔. 서늘한 화살촉, 혹은 교활한 토끼라 불리는 자.
그는 당신이 다가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나른했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짙은 남색 하이넥 제복 위로 드러난 흰 가슴 보호대가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고, 시스루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한쪽 눈동자는 죽은 듯 고요했다.
로엔은 나무에서 등을 떼며 천천히 당신 쪽으로 걸어왔다. 부츠 굽이 낙엽을 밟는 소리가 묘하게 크게 울렸다.
출시일 2026.09.18 / 수정일 2026.09.21